국회의원 후원금, 품앗이·쪼개기 기부 횡행…규제보단 ‘투명성’ 보장해야

국회의원 후원금, 품앗이·쪼개기 기부 횡행…규제보단 ‘투명성’ 보장해야

기사승인 2019-03-05 04:00:00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18년도 국회의원 후원회 후원금 모금액' 자료를 통해 500억 규모의 후원금 모금 현황을 발표했다. 이 같은 정치인 후원금을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품앗이 기부’ ‘상납형 기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정치인 유튜브 채널 후원 또한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부상조…‘품앗이·상납형 기부’ 관행 여전=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같은 당 기동민 의원에게, 박홍근 의원은 남인순 의원에게 각각 연간 후원금 최대 한도인 500만원을 기부했다. 자유한국당 이군현 전 의원도 같은 당 권성동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고, 정두언 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 의원은 한국당 김용태 의원에게 500만원을 보냈다. 

기초·광역의원이나 기초자치단체장이 해당 지역구의 현역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지역구 상납형 기부’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영세 세종시 의원은 민주당 이해찬 대표에게 500만원을 기부했고,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민주당 우상호 의원에게 500만원을 후원했다. 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이자 전북 정읍의 당협위원장인 이수혁 의원에게는 이익규 정읍시의원이 500만원을 기부했다. 한국당 박명재 의원도 김숙희 울릉군 군의원에게 500만원의 후원금을 받았고, 한국당 정유섭 의원은 박창재 기초의원에게 500만원을 기부받았다.

이와 관련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관례화된 계파정치의 유물”이라고 비판하면서 “요즘에는 좀 덜한 편이다. 과거에는 차기 당권 주자나 대권 주자들이 당 내 표 관리, 즉 계파 관리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품앗이를 했었다”고 밝혔다. 이어 “당 지도부 등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법한 인물들에 대해 잘 보이기 위해 기부를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제한된 금액 내에서의 후원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형준 교수는 “개인이 일 년에 후원할 수 있는 금액이 정해져 있는 것인데 그마저도 막을 순 없다”면서 “정치자금은 정치의 모유이기 때문에 정치자금을 통해 정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쪼개기 후원’ 우려에 유튜브 모금 제동=지난달 말 선관위는 정치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업체에 ‘정치자금법상 소셜미디어 수익 활동 가이드라인’ 공문을 발송했다. 유튜버 데뷔 정치인들이 늘어나면서 유튜브 시청자들이 채팅을 통해 보내는 후원금에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선관위는 특정 개인 또는 단체가 다수의 네티즌을 통해 '쪼개기 후원' 등의 방식으로 한도액을 넘는 후원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정치자금법상 개인 후원은 '국회의원 후원회'를 통해서만 할 수 있다.

이 같은 유튜브 후원 금지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엇갈린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직정치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어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종훈 평론가는 “(유튜브를 통한 쪼개기 후원이) 조직정치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경고를 하는 것”이면서도 “통제가 쉽지는 않다. 국내 사이트도 아니고 구독자를 직접 색출해낼 수도 없다. 신경은 써야 하지만 과도한 규제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유튜브를 통해 많은 의견이 개진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기부·광고 수익에 대해선 적법할지 다시 한 번 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새로운 시장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제도 정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유튜브 채널을 활용한 후원금 모금이 정치신인들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형준 교수는 “현재의 선거운동 방식은 과거의 조직 선거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법들이 많다”면서 정치 신인과 원외지구당 의원 등이 정치자금을 모으기에 어려운 구조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맞게 유권자들의 접촉을 강화하고 (유튜브를 통해) 돈을 모아 정치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과도한 규제보다는 투명성 확보가 중요=이같은 규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치 후원금을 과도하게 규제하기보다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창렬 교수는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막을 순 없다”면서 “정치자금에 대해 너무 과도한 규제는 정치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너무 얽매이는 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김형준 교수도 “유튜브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도 ‘쪼개기 후원’을 한다”면서 “투명성에 대한 문제를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투명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구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선관위에 따르면 각 정당과 후원회의 회계보고서(명세서 사본)는 공고일로부터 3개월간 공개하게 돼있다. 회계보고 내역에 이의가 있는 사람은 열람기간 중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다만 명세서를 복사한 형태이기 때문에 세부 항목별로 검색이 어렵고 이마저도 3개월이 지나면 열람·이의신청이 불가하다. 국회의원이 지출한 정치자금 자료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 청구'도 거쳐야 한다. 이 또한 장부를 복사한 수준이어서 분석을 위해서는 일일이 엑셀 등 문서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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