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픈지 몰랐던 환자들”…전장 유전체 분석이 답 됐다

“왜 아픈지 몰랐던 환자들”…전장 유전체 분석이 답 됐다

기사승인 2026-01-30 13:53:34
(사진 왼쪽부터)채종희·이승복·김수연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제공

서울대학교병원 연구팀이 희귀 유전질환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 분석을 시행한 결과, 가구 기준 절반에 가까운 사례에서 질환의 유전적 원인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채종희·이승복·김수연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유전체의학과 교수 연구팀과 서고훈 유전체 분석 기업 쓰리빌리언 박사 연구팀은 서울대병원에서 희귀 유전질환이 의심돼 진료를 받은 국내 1452가구, 총 3317명을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 분석을 시행한 연구 결과를 30일 발표했다. 

희귀 유전질환은 약 5000~8000종이 보고돼 있으며, 질환 원인이 되는 유전 변이를 정확히 찾는 것이 진단과 치료 관리의 핵심이다. 하지만 기존 엑솜 시퀀싱이나 유전자 패널 검사는 유전체 일부만 분석하는 방식으로, 구조 변이나 비암호화 영역 변이 등 주요 원인을 놓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유전체 전체를 분석하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적용했다. 전장 유전체 분석은 한 번의 검사로 대부분의 유전 변이 유형을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환자의 주요 증상을 기준으로 질환 유형을 분류한 뒤 말초혈액을 이용해 전장 유전체 분석을 시행했다. 분석 결과는 증상과 유전자 변이의 연관성에 따라 ‘진단’, ‘진단 가능’, ‘미진단’으로 나눴고, 가구당 대표 환자 1명을 기준으로 진단 여부를 평가했다.

분석 결과 전체 1452가구 가운데 46.2%인 672가구에서 질환의 유전적 원인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진단이 확정된 경우는 43.5%, 진단 가능 사례는 2.8%였다.

특히 진단된 가구 중 14.6%에 해당하는 98가구는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서만 질환 원인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 사례에서는 기존 검사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딥인트론 변이, 비암호화 영역 변이, 구조 변이, 반복서열 확장 변이가 주요 원인으로 나타났다. 기존 검사에서 진단에 이르지 못했던 환자에서도 전장 유전체 분석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가족 구성원을 함께 분석한 경우(Duo·Trio·Quad 이상) 진단율은 48.5%로, 환자 단독 분석(41.5%)보다 높게 나타났다. 다만 가족 검사가 필수적이었던 사례는 진단 가구의 7.5%에 그쳐, 환자 1인 기준 전장 유전체 분석만으로도 희귀 유전질환 1차 진단 검사로 충분한 효율성을 보인 것으로 분석됐다. 질환 유형별로는 신경근육질환과 신경 발달 장애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진단율이 확인됐다.

전체 검사 대상자 3317명 가운데 4.3%에서는 심근병증이나 부정맥, 암 발생 위험 증가 등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병원성 유전자 변이도 추가로 발견됐다.

아울러 질환 원인이 규명된 환자 가운데 18.5%에서는 유전자 진단 결과를 토대로 장기적인 치료 또는 관리 계획이 수립됐다. 지텔만 증후군과 전신 농포성 건선 환자 등 일부 사례에서는 맞춤형 치료가 실제 진료에 적용됐다.

연구팀은 희귀 유전질환에서 정확한 유전 진단이 환자의 예후 예측과 가족 상담뿐 아니라, 향후 유전자 표적 치료 등 정밀의료 실현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종희 교수는 “전장 유전체 분석이 기존 검사로 진단에 이르지 못했던 희귀 유전질환 환자에서도 원인 규명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국내 최대 규모 환자군에서 확인했다”며 “정확한 유전 진단을 통해 환자들의 긴 진단 과정을 줄이고, 조기 치료와 맞춤형 관리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