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죽이기란 통상 소상공인들이 밀집돼있는 상권에 대기업이 들어오면서,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대량의 물건을 납품받으면서 단가를 낮춘 탓에, 일반 소상공인들은 가격경쟁의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장사를 접어야한다.
이러한 대기업의 골목상권 죽이기는 최근 상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그러든 상태다. 오히려 일부에서는 이러한 규제가 과도해 산업발전 자체를 저해시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롯데마트가 한우 1등급 한우 등심을 4968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하면서 ‘소상공인 죽이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롯데마트가 이번에 진행한 행사는 그간 높은 농수축산물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유통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인 혁신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1등급 한우를 부위별로 100g당 4000원대에 판매하는 ‘극한한우’ 행사를 진행했다. 1등급 한우 등심은 롯데멤버스 회원 할인과 카드사 할인을 중복하면 100g에 4968원, 1등급 한우 정육은 3286원이다. 보통 주택가 인근 정육점이나 소규모 마트에서 1등급 한우 등심을 100g에 9000원~1만원에 판매하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그동안 농수축산물의 높은 가격의 원인으로는 과도한 유통단계가 지적돼왔다. 원산지로부터 도·소매 등을 거쳐 마트, 정육점에 도착하기까지 단계가 너무 많아 불필요한 유통마진이 제품 가격에 지워진다는 것이었다.
롯데마트는 이러한 유통단계를 줄여 이러한 가격을 맞췄다. 물론 단기간 ‘노 마진’ 행사로 인한 가격이지만, 평시에도 기존 가격의 70% 수준으로 가격이 형성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소고기는 농가-우시장-도축장-경매-가공업자-도매상-소매상-유통업체 등의 단계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우시장이 아니라 직접계약을 통해 곧바로 도축장으로 이동하는 경우도 많다.
롯데마트는 이 과정에서 매매참가인 자격을 통해 직접 공판장에 들어가 물건을 확보한다. 이는 롯데마트가 지난해 말 한우 경매장에서 매매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인 ‘매매참가인’ 자격을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후 가공-도매-소매 단계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식으로 줄였다. 기존 5~7개에 달하는 유통단계를 3~4개로 낮춘 것이다. 이러한 혜택은 그대로 소비자에게로 돌아왔다.
어쩌면 헤프닝일지도 모르는 할인행사가 끝났지만 남겨준 숙제는 무겁다. 혁신적인 유통단계 단축을 통한 소비자 권익증진인가. 압도적인 경제의 규모를 통한 골목상권 죽이기인가. 그렇다면 경쟁과 상생의 줄다리기 가운데에서 소외됐을 소비자들의 권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