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22편의 영화로 달려왔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한 시대가 종장을 맞는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이은 ‘어벤져스: 엔드 게임’(이하 ‘엔드 게임’)으로다. 한 편의 이야기를 두 개의 영화로 나누어 1년의 텀을 놓고 순차적으로 개봉하는 만큼, 몰입도가 떨어지거나 기대치가 낮아질 가능성도 있었지만 ‘엔드 게임’은 오히려 기대감이 높아만 가고 있다.
‘엔드 게임’은 MCU사상 최강의 악당 타노스를 상대로 영웅들이 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타노스는 한정된 우주의 자원에 비해 급속도로 늘어나는 우주 인구를 보고, 약속된 멸망을 피하기 위해 우주 인구의 절반을 멸하는 악당이다. 그 목표를 위해 인피니티 스톤을 모아 인피니티 건틀릿을 만들고, 그가 우주 인구의 절반을 멸하는 것까지가 ‘인피니티 워’의 주된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스파이더 맨과 블랙 팬서 등 주요 인기 히어로들이 먼지로 변해 전 세계 팬에게 추억을 안기기도 했다.
그렇다면 ‘엔드 게임’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기게 될까. ‘인피니티 워’가 마블의 지난 10년을 담았다면, ‘엔드 게임’에는 마블의 향후 10년이 담겨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히어로들의 세대 교체다. 히어로들의 모임인 어벤져스 중에서도 주요 멤버인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과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 그리고 토르(크리스 햄스워스)까지. 이 세 명은 모두 오리지널 무비 시리즈의 계약이 만료되어 이후 MCU의 출연 예정이 없다. ‘어벤져스’에서 이들 세 명의 이야기가 죽음, 혹은 은퇴로 완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을 대신해 교체될 멤버는 스파이더 맨(톰 홀랜드)과 블랙 팬서(채드윅 보스만), 캡틴 마블(브리 라슨)로 보인다. 세 히어로 모두 최근 3년 사이에 오리지널 무비가 론칭됐으며 이후로도 계약기간이 한참은 남아 있다. 향후 10년간 이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게 변주되며 ‘어벤져스’ 시리즈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부분이다. 특히 ‘스파이더맨:홈커밍 2’의 배경은 ‘엔드 게임’의 몇 분 후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제작자 에이미 파스칼은 외신에서 인터뷰한 바 있다. ‘인피니티 워’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졌던 스파이더 맨이 돌아와 어벤져스의 명맥을 이어간다는 암시를 품고 있는 것이다.
‘엔드 게임’을 통해 MCU는 어떤 메시지를 말하게 될까. 인기 히어로들이 ‘로그아웃’하는 만큼 MCU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을 붙잡아두는 것 또한 주요한 과제다. 지난 15일 서울 새문안로 포시즌스 서울에서 열린 ‘엔드 게임’ 내한 기자간담회에서 감독을 맡은 루소 형제 중 조 루소 감독은 “‘어벤져스:엔드 게임’의 내러티브는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며 “‘엔드 게임’은 공동체라는 개념에 대해 논하고 있으며,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별개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공공의 적을 상대한다는 것이 주요한 메시지다”라고 설명했다. 제멋대로이며 때로는 이를 드러내고 싸우던 사람들이 숭고한 목표를 위해 뭉치는 과정에서 주는 카타르시스가 결국은 ‘엔드 게임’의 주요 컨텐츠인 것이다.
그렇다면 영웅들은 타노스를 물리치고 인류를 구원할 수 있을까. 조 루소 감독은 “악당들이 결국 이기는 엔딩은 현실에서는 흔하지만, 스크린에서는 되도록 안 보고 싶다”며 약간의 힌트를 줬다. 영웅들은 이기고 돌아올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