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와 여성계가 김기덕 감독이 남발 중인 고소를 취하하고 사죄하기를 촉구했다.
18일 오전 서울 법원로 1길 변호사회관 5층 정의실에서 영화감독 김기덕 공동대책위원회와 한국 영화성평등센터 든든, MBC ‘PD수첩’과 여성민우회 등이 영화감독 김기덕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공동 개최했다.
기자회견을 열기 앞서 영화감독김기덕공동대책위원회 측은 “지난달 29일 언론을 통해 김기덕 감독이 피해자와 ‘PD수첩’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지난 2월 피해자를 지원했던 단체에 3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후, 곧바로 피해자와 언론에도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분노했다.
또 “김기덕은 이미 지난해에 피해자와 ‘PD수첩’을 상대로 무고와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검찰이 피해자의 증언과 방송의 내용이 허위 사실로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음에도, 김기덕 감독은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사과나 성찰도 없이 역고소로 대응하고 있다”며 김기덕이 반성하지 않고 오히려 고소를 남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홍태화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사무국장은 “피해자가 가해자(김기덕)에게 바라는 것은 진심 어린 사과뿐이었다”며 “가해자와 가해자를 두둔하는 사람은 영화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피해자는 영화계를 떠날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 영화계의 현실이라니 참담하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홍 사무국장은 “진실한 사죄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강력대응은 물론, 반성과 사죄조차 하지 않은 자들에 대해서는 영화계 퇴출운동까지 감행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성민우회의 강혜란 공동대표는 “2017년 이후 김기덕 감독을 둘러싼 피해자의 증언은 계속되고 있지만, (영화계의)살아있는 권력인 그의 앞에서 피해를 입증하는 것은 어렵다”며 “주변인들은 해당 사실에 관해 함구하며 일을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그로 인해 2차 피해에 노출돼 있다”고 현실을 지적했다.
또 강 공동대표는 김기덕 감독이 현재 모스크바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것에 관해 “단 한 번의 사과나 성찰도 없이 활동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은 다수의 미투 가해자들이 활동을 중단하고 자숙하는것과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며 “그리고 피디수첩, 피해자, 민우회에 대한 고소와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이에 더해 “우리 사회는 미투 이후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다양한 영역에서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됐던 성차별을 바꿔나가고 있으며 피해자들은 적극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도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가해자들의 목소리를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변화는 김기덕 감독의 행태를 좌절시킬 것이다. 아집과 고집으로 점철된 그의 행동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이고 성차별적이었던 것인지 확인시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덕 감독은 앞서 지난해 자신의 성폭력 의혹에 관해 폭로한 당사자와, 그를 인터뷰해 보도한 'PD수첩'에 1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또 한국여성민우회가 일본 유바리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자신의 영화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 개막작 초청 취소 공문을 보내자, 자신을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 국제적으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서울서부지법에 한국여성민우회에 대한 3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