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소나’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유 [넷플릭스 도장깨기⑦]

‘페르소나’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유 [넷플릭스 도장깨기⑦]

‘페르소나’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유

기사승인 2019-04-19 07:00:00


누군가는 아이유를 좋아하고, 누군가는 아이유를 좋아하지 않는다. 가수 아이유의 행보에 실망하는 사람도 있고, 더 큰 응원을 보내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유는 제각각이다. 아이유의 노래와 목소리가 좋아 응원하는 팬이 있는가 하면, 로리타 논란-제제 논란을 지켜보다가 마음을 접은 팬도 있다. tvN ‘나의 아저씨’에 출연한 배우 이지은을 바라보는 대중의 심경은 복잡하다. 아이유에게 기대했던 모습이 아니었다는 의견과 아이유가 아닌 ‘배우 이지은’의 행보로 분리해서 봐야 한다는 의견이 교차한다. ‘아이유’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이지은 개인이 아닌, 내가 잘 알고 있다고 믿는 스타 ‘아이유’를 소비하는 현 세태가 만들어낸 현상이다.

지난 11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영화 ‘페르소나’의 주인공은 아이유다. 네 명의 영화감독이 한 명의 배우 이지은(아이유)을 데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단편 영화를 찍은 결과물이다. JTBC ‘전체관람가’에 출연해 단편 영화의 매력을 맛본 가수 윤종신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친분이 있는 감독들에게 ‘페르소나’를 제안했고, 한 명의 배우 자리에 아이유가 놓이며 프로젝트가 본격화됐다.



제목처럼 아이유는 감독들의 페르소나가 되어 다양한 캐릭터를 오간다. 아빠의 애인(배두나)과 테니스 코트에서 내기 시합을 벌이는 ‘러브 세트’를 시작으로, 비밀이 많은 어린 여자친구에게 매달리는 남성(박해수)의 이야기를 다룬 ‘썩지 않게 아주 오래’, 남자와 키스했다는 이유로 감금당한 학교 친구의 복수를 계획하는 ‘키스가 죄’, 어느 날 여름밤 옛 애인과 길을 걸으며 이별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밤을 걷다’까지. ‘페르소나’를 구성하는 네 편의 단편 영화는 아이유라는 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했지만 놀랄 만큼 다른 결과물을 보여준다. 극의 분위기와 메시지, 아이유를 다루는 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같은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다. 덕분에 ‘페르소나’는 영화계에 첫발을 디딘 배우 이지은의 포트폴리오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감독들도 얻은 게 있다. 아이유라는 매력적인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경험은 물론, 단편 영화에 익숙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단편만의 자유롭고 재기발랄한 매력을 알린 것이다. 네 명의 감독들은 단편 영화를 통해 장시간의 준비 기간과 많은 예산이 필요한 장편 영화에서 할 수 없는 신선한 시도를 감행했다. 아이유라는 스타와 넷플릭스라는 거대 유통망을 통해 대중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윤종신은 ‘페르소나’를 다른 배우, 다른 감독으로 시즌제처럼 계획하고 있다.



배우와 감독, 제작자 모두가 원하는 걸 얻은 것 같지만, 정작 시청자들의 원성이 높다. ‘러브 세트’와 ‘썩지 않게 아주 오래’가 아이유를 소비하는 방식에 대한 불편함, 전반적으로 기대 만큼의 재미가 없다는 실망이 혹평을 낳았다. 하지만 감독의 메시지를 압축해놓은 단편의 특색과 아이유를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 등을 고려하면 혹평받을 정도의 완성도는 아니다. 또 아이유가 작품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다뤄진들 그것 역시 아이유, 혹은 이지은의 선택이다. 논란이 생긴다 해도 아이유만 더 주목받는 효과를 낳는다. 또 아이유가 아닌 배우 이지은으로서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관점도 존재한다.

가수 아이유가 지금 같은 대중의 인기를 얻기까진 몇 번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기타 연주와 라이브 실력을 뽐내기도 했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실패한 데뷔곡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했다. 오빠를 좋아하는 소녀의 노래를 부르기도 했고, 로리타 논란, ‘제제’ 논란 등 의도치 않은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기도 했다. 몇 개의 히트곡과 자작곡으로 크고 작은 성공을 거둔 아이유는 무명에 가까웠던 데뷔 시절을 이겨내고 이젠 널리 알려진 유명 가수가 됐다. 다양한 순간에 존재했던 아이유 중 당신이 좋아하고 있거나 좋아했던 아이유는 누구일까. ‘페르소나’라는 거울에 비추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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