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미뤄지던 주세법개정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다음달 초순 주세 개편 방안을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그간의 전례를 볼 때 또 다시 미뤄지지 않을 보장은 없다. 주세법 개정이라는 희망고문 아닌 희망고문 탓에 맥주 업계는 물론 관계자들의 속은 곪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합의된 주세 개편안 제출 일정은 본래 예정 시일인 3월보다 한 달 이상 넘긴 현 시점까지 미뤄졌다. 기획재정부가 가타부타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종량세 전환만을 기다리던 업계는 전전긍긍이다.
그동안 국내 맥주의 역차별 문제는 수년간 지적돼왔다.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는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과세 표준이 달라 수입 맥주에 붙는 세금이 더 낮은 기형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세 혜택을 받아 수입맥주는 급성장해왔다. 전체 맥주시장에서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4%에서 2017년 17.9%로 4배나 급증했다. 이러한 추세라면 5년 내에 절반에 가까운 40%까지 차지할 것으로 염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맥주시장은 규제에 발목이 잡힌 상황이다. 수입맥주에 위협당하는 국내 맥주산업은 4조 시장 붕괴를 목전에 두고 있다. 대기업들의 공장 가동률도 30%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일부 수제맥주 업체는 주세체계로 인한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고 국내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도 했다. 이로 인한 손실은 생산유발효과로 환산할 경우 2017년 기준 3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더욱 문제는 국내 수제맥주다. 수입 맥주와 국내 맥주간의 점유율과 가격경쟁력 등 다양한 논란에 가리워진 탓에 조명받지 못하고 있지만, 갓 태동하기 시작한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수제맥주는 2014년 맥주 양조유통에 관한 주세법 개정 이후 7억원대에서 200억원 이상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주조된 하우스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수제 맥주의 일반 소매점 판매가 허용된 것도 성장에 날개를 달았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주세법 개정이 미뤄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특히 대량매입·판매 등으로 ‘규모의 경제’가 가능한 대기업과는 달리 수제맥주를 제조하는 소규모 브루어리에서는 이러한 종가세는 치명적이다. 가격경쟁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주세법상 세금이 매겨지는 기준인 출고가에는 인건비도 포함된다. 직원 임금이 인상되면 이 역시 제품 출고가에 포함돼 세금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수제맥주 역시 가격적인 부분에서 손해를 보는 셈이다.
주세법 개정으로 인해 유발될 긍정적인 예측은 많다. 업계에서는 7500개 신규 일자리 창출과 6500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외에도 시장확대로 인한 수출증대효과와 내수기대감 등도 있다.
물론 주세법 개정이 만능은 아니다. 모든 문제를 단번에 해결하고 시장을 팽창시킬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다. 그러나, 그동안 얽매어 있던 시장의 숨통을 틔어주는 개문(開門)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법과 정부가 해야할 일은 거기까지다. 나머지는 시장이 할 일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거기까지는 반드시 법과 정부가 해줘야한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