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에는 독수독과(毒樹毒果)라는 이론이 있다. 독이 든 나무에서 열린 열매 역시 독이 있다는 뜻으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증거로서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는 법적인 잘잘못을 다투는 법정에서 의미를 가질 뿐, 실생활에서도 그렇지는 않다. 독이 든 나무에서도 얼마든지 맛있는 열매가 열릴 수 있고, 이 열매가 비싸게 팔릴 수도 있다. ‘무엇을 파느냐’ 만큼 ‘어떻게 파느냐’가 중요한 곳이 소비재 시장이다.
독수독과는 하나의 고민거리를 던진다. 열매가 맛있다면 독이 든 나무여도 괜찮은가. 열매에 독이 있어도 상품가치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가. 혹은 독이 든 열매로 거둬들인 성공은 어떻게 봐야 하는가.
지난달 배달의민족은 ‘할인정복’ 이벤트를 통해 15만장의 쿠폰을 29일과 30일 양일간 임의 배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행사 시작 시간인 오후 6시부터 접속자가 몰리면서 시작됐다. 과도한 트래픽이 몰리면서 이벤트도 계속 지연됐다. 행사시간을 기존 6시~9시에서 7시~10시로, 다시 8시~11시로 변경했지만 결국 행사는 종료됐다. 이날 배달의민족은 사과공지를 올리면서 두 배인 30만장의 할인쿠폰을 배포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을 사용하는 가맹점주들이 이용하는 사장님사이트에는 이벤트에 앞서 ‘음식 조리에 필요한 재료의 재고를 확인해달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소비자들이 몰리는 만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라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준비는 수포로 돌아갔다. 일부 가맹점주들은 계속되는 행사로 인해 기존 장사마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일부러 어플 상에 매장을 휴무인 것으로 표기하기도 했다. 할인쿠폰과 어플로 인한 주문을 차단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이벤트에 있어서 쿠폰 비용 등은 본사가 부담한다. 유명 연예인 등을 광고모델로 사용했던 과거와는 달리,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마케팅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행사 비용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해서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맹점은 본사와 고객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다리다. 외식업이 B2C 업종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본사는 가맹점에 물건을 공급하는 B2B 성격이 더 강하다. 실질적으로 고객과 만나는 것은 가맹점이다. 이러한 문제는 가맹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린다.
접속자 수 폭주로 인한 서버 마비 등은 해프닝이다. 본사 측에서 예측할 수 없었던 만큼의 트래픽이 몰렸을 수도 있고, 기술적인 문제로 오류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해프닝이 계속된다면, 이는 우발적 사고가 아닌 방관적, 고의적 사고다. 배달의민족은 포털사이트 실검에 오르고, 이 실검을 본 소비자들이 관심을 가지면서 나쁘지 않은 재미를 봤다.
그리고 이틀 뒤인 2일,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지난달 1030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배달앱 MAU가 1000만명을 넘어선 것은 업계에서 최초이며, 2012년 100만명 돌파 이후 7년만에 열 배 이상 증가했다는 자축포였다.
조현우 기자 akg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