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악인전’ 익숙한 장르 위에 세운 폭력의 바벨탑

[쿡리뷰] ‘악인전’ 익숙한 장르 위에 세운 폭력의 바벨탑

‘악인전’ 익숙한 장르 위에 세운 폭력의 바벨탑

기사승인 2019-05-08 07:00:00


익숙함에 신선함을 더했다. ‘악인전’(감독 이원태)은 지금까지 한국영화에 수없이 등장한 연쇄살인범과 조직폭력배를 또 등장시킨다. 형사도 빠질 수 없다. 서로 다른 장르에서 활약하던 안티 히어로가 하나의 영화에서 만나 엉키고 부딪힌다. 숫자가 늘었고 장르가 추가 됐다. 그만큼 자극적이고 잔인한 욕설과 폭력의 질량이 더 커졌다.

‘악인전’은 나쁜 형사와 나쁜 조폭 두목이 나쁜 살인범을 잡는 내용의 영화다. ‘미친개’로 불리는 강력반 형사 정태석(김무열)은 중부권을 휘어잡고 있는 조직폭력배 제우스파의 두목 장동수(마동석)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던 중 천안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수사하던 중 지난 두 번의 살인에 이은 연쇄살인을 직감한다. 똑같은 수법으로 살인을 이어가던 살인범 K(김성규)는 다음 타깃으로 우연히 마주친 장동수를 선택하지만 실패한다. 장동수가 이번 연쇄살인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임을 알게 된 정태석은 어떻게든 범인을 잡기 위해 그와 손을 잡는다.

사방에 피가 튀기는 폭력적인 영화다. ‘악인전’이란 제목에 걸맞게 세 인물은 욕설과 폭력으로 자신의 거친 모습과 나쁜 면모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사실 알고 보면 선한 인물이었다는 반전은 없다. 각자 믿고 따라가는 길이 다른 인물이 우연히 하나의 접점에서 만나 잠시 더부살이 하는 묘한 상황에 집중했다. 공조 수사를 다룬 그동안의 영화들과 달리 동수와 태석의 개인적인 친분은 강조되지 않는다. 철저히 업무적으로 사건을 대하는 이들 중 누구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막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멈추지 않는 이들의 에너지가 영화의 매력을 배가시킨다.

주인공들이 얼마나 나쁜지 설명한 이후에는 장르의 이종교배에 들어간다. 조폭들의 이권 다툼 과정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그를 잡으려는 의기 넘치는 형사, 살인범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된 형사의 모습은 자세한 설명 없이도 머릿속에 그려질 만큼 익숙한 그림이다. 정태석은 둘 중 하나도 포기할 수 없는 인물이다. 그래서 ‘악인전’에선 두 가지 그림이 동시에 담는 독특한 실험이 전개된다. 다만 서사의 큰 줄기는 연쇄살인범 검거이기 때문에 영화 ‘살인의 추억’부터 ‘추격자’ 등 연쇄살인을 다룬 기존 영화들의 익숙한 구조를 따라간다.

과한 폭력과 과한 일 욕심이 ‘악인전’에서 그려지는 악(惡)의 정체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들이 활약하는 배경에서 다치거나 죽는다. 무엇을 위해 이들이 희생되어야 했는지, 피를 뿌려야 했는지는 영화에서 언급되지 않는다. 기존 장르 영화의 선악(善惡) 구도를 깨고 악악(惡惡) 구도를 굳이 보여줘야 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관객들이 영화의 신선한 접근만큼 강렬한 쾌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배우 마동석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통쾌한 폭력을 보여주고, 김무열은 지금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거친 모습에 몰입한다. 둘 사이에서 조금도 밀리지 않는 광기를 보여주는 김성규까지 더해져 배우들의 앙상블을 보는 재미가 있다. 오는 1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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