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빠’ ‘달창’
지금부터 설명할 이 단어의 뜻을 듣고 놀라지 않을 이는 얼마나 될까요. 문빠, 달창은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문재인 빠순이’ ‘달빛창녀단’의 줄임말입니다. 특히 달창같은 경우 ‘일간베스트’ 등 극우 성향 네티즌들이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 ‘달빛기사단’을 성매매 여성에 빗대 사용하는 비속어입니다. 너무 저속해 차마 글로 옮기기도 꺼려집니다. 이 단어들이 우리에게 주는 충격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 상스러운 말이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입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대구에서 열린 한국당 장외집회 ‘문재인 STOP 국민이 심판합니다 규탄대회’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문 대통령의 취임 2주년 대담을 진행했던 KBS 기자를 향한 친문성향 네티즌들의 비판에 대해 “KBS 기자가 요새 문빠, 달창 등한테 공격받고 있는 것 아시죠?”라고 말했죠. 행사 이후 해당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나 원내대표는 3시간30분 만에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왔는데요. 내용은 이렇습니다. “인터넷상 표현을 무심코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사과드린다. 정확한 의미와 표현의 구체적 유래를 전혀 모르고 특정 단어를 썼다. 결코 세부적인 그 뜻을 의미하기 위한 의도로 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말씀드린다.”
무지에서 비롯된 실수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사과에도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달창이라는 누가 봐도 생경한 단어를, 법관 출신인 나 원내대표가 모르고 썼다는 말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라면서 “그의 말대로 의미를 모르고 썼다면 사리분별력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모른 척한 것이면 교활하기 그지없는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비판은 야권에서도 쏟아져 나왔습니다.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무심결에 내뱉은 달창이라는 말이 보수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며 “뜻을 모르고 사용했다면 더욱 큰 문제일 수 있고, 뜻을 알고도 사용했다면 극히 부적절한 처사”라고 지적했습니다.
그의 말대로 달창의 뜻을 몰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문제는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는 제1야당의 원내대표이고, 당시 국민 앞에서 연설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지를 호소하는 집회에서 뜻을 모르는 단어를 사용하며 연설을 했다. 심지어 그 단어는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뜻을 가지고 있다.’ 상황을 정리해봐도 나 원내대표의 언행은 부적절하고 비상식적입니다. 특히나 보수당 최초 여성 원내대표의 입에서 나온 여성 혐오 발언은 무지라는 핑계로 무마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나 원내대표도 알아야 합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