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vs 책] '오늘도 나무에 오릅니다' vs '빅 치킨’

[책 vs 책] '오늘도 나무에 오릅니다' vs '빅 치킨’

열대 우림 꼭대기와 항생제 치킨

기사승인 2019-05-14 05:00:00


지구가 좁았던 걸까.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는 결국 우주로 향했다. 지난해와 올해 연작으로 발표된 ‘어벤져스’ 3, 4편은 지구보다 우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이미 지구에서 할 이야기를 모두 끝냈다는 듯, 지구인이 아닌 새로운 멤버들이 등장했고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가상의 우주 공간이 소개됐다. 과거 만화 ‘드래곤볼’이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의 상상력은 우주에서 더 넓고 예측 못 할 방향으로 전개된다.

다음 소개할 두 책은 정반대다. 아직 지구에서 할 이야기가 충분히 남았다는 태도로 식물과 동물 분야를 깊게 파고들었다. 수백년 동안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열대 우림의 꼭대기 층에 올라간 과학자와 닭들이 매일 한 알씩 먹고 있는 항생제의 비밀은 파헤친 언론인 이야기다. 두 저자는 지구를 벗어난 넓은 상상력을 자극하진 않지만,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몰랐던 신기하고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 '오늘도 나무에 오릅니다'

'오늘도 나무에 오릅니다'는 열대 우림의 맨 꼭대기 층인 숲우듬지에 매혹된 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열대 우림은 나무와 곤충들의 격전지다. 한 나무가 다른 나무를 감싸 질식시켜버리는가 하면, 곤충을 막기 위해 갉아 먹힌 자리에 독소를 분비하는 등 서로 생존을 위해 발버둥 치고 있다. 나무 위는 그 전쟁을 한눈에 관찰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저자는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두 가지 난관을 넘어야 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기 위해 다양한 접근 기술과 탐사 장비가 필요했다. 1979년 호주를 시작으로 1994년 벨리즈까지 직접 기어 올라가야 했던 시절부터 크레인과 열기구를 동원하는 과정이 담겼다.

저자가 사랑하는 열대 우림에 대한 이야기 외에 어떻게 강한 의지로 그곳에서 생존했는지가 담겼다. 남자 연구원들만 있는 아프리카, 아마존 등 오지에서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 모면했는지, 어떻게 아이를 낳고 나서 연구를 계속 이어갔는지 등 저자의 고민과 행동이 솔직하게 서술돼 있다. 표지에 적힌 ‘여성 생물학자의 삶과 모험’이란 표현이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해준다.


△ ‘빅 치킨’

‘빅 치킨’은 프랑스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서 쇠꼬챙이에 꿰어 구운 닭고기 요리를 먹는 저자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지금까지 먹었던 수많은 닭고기와 완전히 다른 맛이었기 때문이다. 닭 

공중보건·세계 보건·식량 정책 분야 전문 언론인이자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현대 닭고기 산업이 시작된 미국 조지아주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살았지만, 이전까진 닭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일이 없었다.

저자는 항생제에 주목했다. 어쩌다 항생제를 사용하게 됐고 어떤 미래를 꿈꿨는지, 그리고 지금 시점에서 지금까지의 산업을 다시 되돌아보는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닭의 산업화가 가능했던 것은 항생제 덕분이고, 그에 대한 반성과 성찰 역시 항생제가 키운 내성이 인간의 건강에 위험을 안겨주었기 때문에 시작됐다고 설명한다.

제목인 ‘빅 치킨’은 공장형 집중사육을 특징으로 하는 오늘날의 거대 가금기업을 일컫는 말이자, 그 기업들이 생산하는 가슴살이 두둑한 일명 뻥튀기 닭을 지칭하는 용어다. 저자는 빅 치킨을 원래 본연의 닭으로 되돌리자고 말한다. 항생제로 인한 위험을 감수하면서 싼 단백질을 공급하는 대신, 항생제와 환경파괴 없이 육용 동물을 기르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가장 중요한 건 ‘의지’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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