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초점] '걸캅스'의 영혼보내기 운동… "돈 내며 요구하는 관객, 환영"

[쿡초점] '걸캅스'의 영혼보내기 운동… "돈 내며 요구하는 관객, 환영"

기사승인 2019-05-16 16:31:15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가 ‘어벤져스:엔드게임’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영혼 보내기’운동이 주목받았다. 여성주의에 기반한 후원 문화가 상업영화에도 의미있는 꽃을 피웠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지난 15일 영진위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걸캅스'는 전날인 14일 7만 6545명의 관람으로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섰다. 앞서 20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고 있던 ‘어벤져스:엔드게임’은 6만 9934명을 기록, 2위로 내려섰다. ‘어벤져스’의 개봉시기가 지났음을 감안한다고 해도 ‘걸캅스’의 선전은 유의미하다. 15일 기준 ‘어벤져스’의 상영점유율은 17.4%, ‘걸캅스’의 상영점유율은 16.7%로 ‘걸캅스’ 쪽이 낮다. 개봉 직후에는 더 낮았음은 물론이다.

‘걸캅스’의 흥행 요소는 여러 가지지만, 영화계는 영화의 주된 흥행요소로 ‘영혼 보내기’운동을 꼽았다. 최근 여성주의 영화를 중심으로 떠오른 ‘영혼 보내기’는 일종의 영화 후원 문화다. 관객이 개인적으로 제작을 응원하는 영화에, 자신이 직접 가서 보지 못한다 해도 구매율과 좌석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표를 구매하는 것이다. 

“나는 바빠서 못 가지만 내 영혼은 영화관에 앉아있을 것”이라는 한 네티즌의 우스갯소리에서 비롯된 ‘영혼 보내기’ 운동은 지난해 영화 ‘미쓰백’부터 본격적으로 벌어졌다. 극장가에 여성 영화, 혹은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들이 없다는 여성 관객층의 불만이 ‘영혼 보내기’를 시작한 것이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는 돈이 안 된다’는 선입견을 타파하기 위해 시작된 이 운동은 표를 구매함으로서 여성 서사의 수요를 구매지표로 나타내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특히 최근 번져나가고 있는 여성주의 운동을 중심으로 성행 중이다.

일부 네티즌은 ‘걸캅스’ 영화평을 통해 이 같은 ‘영혼 보내기’를 못마땅하게 보는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단순히 여성이 주인공이라는 이유만으로 변별력 없이 모든 영화를 구매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 질서 교란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영화계에서는 적대 의견은 배제하고 ‘영혼 보내기’ 운동을 환영하는 모양새다. 애당초 영화를 돈 내고 보는 관객들의 “이런 영화 더 만들어달라”는 요구와, 관객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불특정다수의 부정적 의견은 그 무게감이 다를 수밖에 없다. 영화 관계자들은 만장일치로 관람료와 함께하는 요구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다.

게다가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과 배급사들이 ‘돈 되는 영화’만 제작함으로써, 영화계에 만연해왔던 천편일률적인 시나리오나 제작 관습이 이번 일로 주춤하고 있다는 것도 한몫했다. 실제로 ‘미쓰백’이 손익분기점을 넘어서고, ‘미성년’이 주목받으며 영화계에서는 본격적으로 여성 서사에 시선을 돌리고 있는 모양새다. 관객들이 표 구매력으로 수요를 입증하며, 영화 소비의 이유 중에 여성주의가 포함된다는 것을 인지했기 때문이다. 

‘걸캅스’의 경우 여성이 주가 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대형 배급사인 CJ CGV가 나서며 여성 서사에 대한 관객의 수요를 가늠한다는 ‘설’이 퍼지며 ‘영혼 보내기’운동은 더욱 활력을 띠고 있다. ‘걸캅스’는 ‘미쓰백’에 이어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을까. 

이은지 기자 onbg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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