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와 신세계의 싸움이 아니다. 이젠 쿠팡 대 反쿠팡이다. 소비 트렌드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면서 국내 유통시장의 새판이 짜여 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쿠팡이 변화의 중심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매·배송·가격 등 쿠팡이 유통업계에 미친 영향력은 상당하다. 미국 아마존, 중국 알리바바의 시장 장악을 목격한 국내 유통기업은 쿠팡을 경계대상 1호로 꼽는다.
최근의 유통업계의 마케팅 문구만 봐도 쿠팡에 대한 ‘경계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쿠팡보다 싸다’라는 공격적 마케팅이 예삿일이 됐다. 대형마트 3위인 롯데마트도 지난달 '극한가격' 캠페인을 벌이면서 쿠팡을 거론했다. 16개 품목에 대해 온라인은 쿠팡보다 싸게 팔겠다고 공언했다. 위메프 역시 '쿠팡가격 두 번 할인해 가격 파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사실상 쿠팡의 영향력을 인정한 셈이다. 온‧오프라인 채널 구분 없이 모두 ‘쿠팡’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쿠팡보다 싸게’라는 외침은 마치 하나의 슬로건으로 굳어졌다.
실제로 쿠팡은 적자가 크긴 하지만, 지난해 4조4227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 전자상거래 기업 사상 최대 매출이다. 2조6000억원 수준이던 전년 대비 65%가량 증가했다. 연일 고속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가격과 편의성 뿐 아니라 로켓배송‧로켓프레시 등의 배송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은 결과다.
사실 쿠팡의 확장이 가장 불편한 것은 신세계 계열사인 이마트다. 업태는 다르지만 쿠팡은 이미 이마트의 직접적인 적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미래에셋대우는 ‘누가 이마트의 위협인가’란 보고서를 통해 쿠팡은 이마트는 물론, 온·오프라인 유통기업에 가장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쿠팡의 확장은 이마트의 경쟁력을 크게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세계와 롯데는 현재 이커머스에 ‘올인’하며 쿠팡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각각 조단위의 돈을 투자하며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쿠팡 대 反쿠팡’의 시대가 오고 있다.
물론 쿠팡의 천문학적인 적자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현재 쿠팡은 1조97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안고 있다. 이에 과거에는 쿠팡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쿠팡은 손 회장으로부터 2015년 1조1000억원, 지난해 2조2500억원을 각각 투자 받았다.
애초에 쿠팡은 적자에 관심이 없었는지 모른다. 세계적으로 조단위의 돈을 투자하는 ‘큰손’ 손정의 회장에게 미미한 흑자를 보여주기보다, 매출을 크게 올려 ‘가능성’을 보여줘야 손 회장으로부터 ‘손절’ 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의 규모는 무려 11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차 공유업체 ‘우버’,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 등 세계 각국의 유니콘 기업으로 꼽히는 스타트업들이 손 회장으로부터 돈을 투자 받고 있다. 그의 투자는 IT와 헬스케어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가) 10년 내 최소한 1000개 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손 회장이 궁극적으로 이루려는 목표는 전 세계에 걸친 거대 IT벨트 조성이다. 물론 그 구상 안에는 쿠팡이 자리잡고 있다. 국내 유통업계가 쿠팡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다.
한전진 기자 ist1076@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