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죄와 벌

[친절한 쿡기자] 죄와 벌

죄와 벌

기사승인 2019-05-27 19:22:58

어려운 취재를 꼽으라면 쿡기자는 ‘아동학대’와 ‘학교폭력’이라고 대답합니다. 학대와 폭력이 어린 이들에게 남기는 상처는 깊고 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걸 잠시 지켜보는 것도 괴로운데, 당사자의 고통은 오죽할까 싶습니다. 

몇 년 전 학교폭력 시리즈 기사를 준비하며 취재했던 아이들의 경우도 그랬습니다. 중학교에 다니던 A군은 동급생들의 지속적인 괴롭힘과 폭행으로 영구적인 뇌 손상을 입었습니다. A군은 심하게 다친 이후로 학교에도 가지 못하고 병원과 집을 오가 야만 했습니다. 당시 A군의 부모는 인터뷰에서 “아이의 미래는 어떡하느냐”며 오열했는데, 지금도 그 장면이 잊히지 않습니다. 

B군은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전학을 갔습니다. 하지만 ‘왕따’라는 소문은 꼬리표처럼 B군을 따라다녔고, 전학을 간 다른 학교에서 또다시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눈물로 두 번째 전학을 준비하던 B군과 그의 부모의 심경은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범죄 피해자라는 이유로 일진의 타깃이 된 C양은 학교에 피해 사실이 알려져 씻을 수 없는 아픔을 겪었고, D양은 극심한 괴롭힘 끝에 스스로 세상을 등졌습니다. 학교폭력 피해자와 남은 가족들은 지금도 고통의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최근 일부 연예인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회가 시끄럽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가수는 활동을 접었습니다. 과거의 잘못을 이제 와 단죄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생업까지 그만두게 하는 건 무리한 처사라는 생각도 있죠. 의견이 분분하지만, 확실한 건 학교폭력은 피해자의 인생은 물론 가해자의 미래 또한 처참하게 일그러뜨린다는 겁니다. 

유명인에 한정해 학교폭력에 대한 본보기를 세우는 것은 분명 논란의 소지가 큽니다. 법의 기준이 아닌, 여론에 의한 처벌도 문제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쿡기자가 주목하려 하는 건 타인에게 해를 끼친 자는 응당의 벌을 받는다는 진리입니다. 처벌받지 않는 다수의 가해자 목격. 우리 사회에서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범죄 가해자 앞에는 응분의 벌이 기다리고 있음을 말입니다. 그저 조금 빠르고 늦고의 문제일 뿐입니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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