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는 배우 임윤아를 주목하면서 볼만한 영화다. 이미 연기 경력 10년을 넘겼지만 영화는 3년 전 개봉한 ‘공조’에 이어 두 번째다. 그룹 소녀시대 출신 배우로서 두 번째 영화 만에 주인공 자리를 꿰찼다는 건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그가 맡은 캐릭터 의주로서의 모습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엑시트’의 의주는 미모로 남자 주인공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수동적 여성보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주체적인 멋진 여성에 가깝다. 그리고 10년 넘게 걸그룹에서 센터 역할을 맡아온 윤아, 아니 임윤아가 그 역할을 멋지게 해낸다. 배우 임윤아가 ‘소녀시대 윤아’와 ‘인간 임윤아’ 중간 어딘가쯤 위치해 있다면, ‘엑시트’에선 좀 더 인간 임윤아 쪽으로 가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임윤아는 특유의 유쾌한 웃음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어떤 대답이든 시원하고 밝게 답변을 이어가던 임윤아는 출연 계기를 묻자 눈빛을 빛내며 자신 있게 그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재난 영화라서 무겁거나 진지한 부분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물론 영화에 그런 긴장감이 넘치는 부분도 있지만 코믹한 요소나 유쾌한 장면들이 정말 적절하게 잘 조화돼있는 것 같았어요. 그런 점을 재밌게 읽었죠. 또 의주는 그동안 제가 보여드렸던 캐릭터보다 능동적이고 책임감이 강해요. 판단력이 빠르고 주체적인 모습들이 매력 있었죠. 내가 이 영화를 한다면 이런 캐릭터의 모습을 한 번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끌렸어요. 재난 장르를 처음 해보는 것도 있고 몸을 쓰는 모습을 또 보여드리는 새로운 계기가 되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인터뷰 내내 임윤아는 그가 맡은 의주 캐릭터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멋질 뿐 아니라 인간적인 여성, 거기다 용감하기까지 하다. 스스로 연기하면서도 닮고 싶은 부분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의주는 굉장히 멋진 여성이에요. 능동적이고 남을 이끌어주면서 책임감도 강해요. 대본의 텍스트로만 상상했던 모습들이 영화에선 더 구체적으로 드러나요. 처음 재난이 일어나서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순간부터 의주의 그런 면들이 더 잘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중간중간에 의주가 남을 더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판단해서 현명한 대처를 하는 모습도 나오죠. 그러다가도 오직 본인만 생각했을 때는 인간적인 면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 장면들이 의주의 매력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했어요. 저보단 의주가 훨씬 더 용감한 것 같아요. 전 생각만 할 것 같은 상황에서도 의주는 직접 실행하는 것 같아요. 닮은 부분도 있지만 닮고 싶은 부분이 많죠.”
‘엑시트’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임윤아의 새로운 모습 중 하나는 액션이다. 긴 시간 아이돌 활동을 하면서 쌓아온 체력이 이 영화를 위해서였던 것처럼 임윤아는 계속 어딘가를 오르고 또 달린다. 힘들다는 투정보다 더 뛰지 못해 아쉽다고 대답하는 그의 태도가 영화 속 의주의 모습에 그대로 드러난다.
“촬영 두세 달 전부터 클라이밍 연습을 했어요. 조정석 오빠와 김자비 선수에게 배웠죠. 처음부터 세세하게 배우면서 액션스쿨에 가서 건물을 오르는 장면들을 미리 연습해보기도 했어요. 대본을 읽자마자 체력을 기르기 위해서 개인 운동도 열심히 했어요. 달리는 장면을 찍을 때는 혹독하게 촬영한 건 아닌데 몸을 반복해서 쓰면 근육이 뭉치잖아요. 근육이 뭉친 상태로 며칠 더 뛰니까 더 빨리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촬영을 많이 한 것도 아닌데 말이죠. 한 번 더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줘서 아쉬웠던 부분이 있어요. 달리면서 제가 ‘단거리파’인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못 달리거나 느리다고 생각하진 않았거든요.”
마지막으로 임윤아는 작품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새로운 장르의 연기를 해봤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했다. 이렇게 한 작품씩 새로운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하는 것에 의미를 뒀다.
“저도 알게 모르게 많은 경험이 쌓이지 않았을까 싶어요. 앞으로도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꾸준히 작품을 많이 하면서 경험이 쌓이면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도 더 다양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돌아봤을 때 지금보다 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SM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