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하재숙 “잘 기다리면 좋은 작품 또 만나겠죠”

[쿠키인터뷰] 하재숙 “잘 기다리면 좋은 작품 또 만나겠죠”

하재숙 “잘 기다리면 좋은 작품 또 만나겠죠”

기사승인 2019-08-11 07:01:00

배우 하재숙은 얼마 전 예상치 못한 이유로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렸다. KBS2 수목극 ‘퍼퓸’ 종영 후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기 때문이다. 그는 이 글에서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세태와 다이어트에 관한 소신을 밝히며 세상의 모든 ‘재희’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재희는 그가 ‘퍼퓸’서 연기한 역할로, 인생을 통째로 바쳐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한 가정이 파괴되고 절망에 빠진 중년 여성이다. 

글이 올라온 당일 서울 선릉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재숙은 “종방연에서 술을 마시고 쓴 이야기가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며 웃음을 보였다. 작품과 역할을 떠나보내며 고맙고 섭섭한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한 글이 주목받아 다소 쑥스럽다는 것이다.

장문의 환송사를 쓸 만큼 하재숙에게 ‘퍼퓸’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데뷔 10년 만에 찾아온 주연작일 뿐만 아니라 방영 내내 연기적인 측면에서 호평받았다. 그는 “드라마가 끝나니 서운한 마음이 크다”면서 “연기를 하며 ‘힘이 되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얻긴 처음이었다”고 운을 뗐다.

“드라마 내용과 재희에게 공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이 작품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친구들이나 주변 분들도 ‘공감이 간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자주 보내주셨고요. 다른 작품에서도 늘 열심히 연기했지만, 이번엔 특히 더 잘 해내고 싶었어요. 재희가 마냥 불쌍한 인물로 그려지기보다, 재희가 가진 능력과 그가 처한 상황을 보여주고 싶었죠.”

“열심히 하는 것이 특기”라는 하재숙은 연기를 위해 쉽지 않은 특수분장도 소화했다. 촬영 때마다 진행했던 특수분장은 최소 3시간이 걸리는 대작업이었다. 그는 “처음엔 분장이 너무 무거워서 몸을 가누지 못해 넘어진 적도 있다”며 “하지만 스태프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으며 그분들과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둔 하재숙은 강원도 고성으로 돌아가 한동안 즐기지 못했던 것들을 누릴 계획이다. 그는 “너무 오래 집을 비웠다”며 바다와 계곡이 인접한 마을 자랑을 늘어놨다.

“만약에 더 바빠지더라도 강원도에서 사는 건 유지할 거예요. 저는 지금 제가 사는 곳을 정말 사랑해요. 이맘때면 매일 반려견과 함께 걸어서 집 근처 계곡에 가요. 오가며 만나는 이웃들과 인사하고 한참 수다 떠는 생활이 참 좋아요.”

하재숙은 다음 행보에 관해 크게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꾸준한 열정으로 연기해 지금 이 자리에 도달한 만큼, 불안감을 이겨내는 것이 숙제라는 것을 이제는 안다. 하재숙은 “쉴 때 즐겁게 잘 노는 마흔 살 하재숙이 너무 좋다”고 활짝 웃어 보였다.

“옛날엔 배우로서 받는 스트레스가 일상까지 영향을 미쳤어요. 막연한 불안감이 저를 괴롭혔죠. 요즘엔 그런 것을 현명히 풀어내는 것 같아요. 잘 기다리다 보면 좋은 작품을 또 만나겠죠. 믿고 맡겨 주시면 언제나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준비는 돼 있어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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