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감독 김주호)은 왕의 명을 받고 풍문을 조작하는 광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여러 명의 광대들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보여주는 팀플레이가 볼거리다. 팀의 리더 역할은 배우 조진웅이 맡았다. 그가 보여주는 묵직한 존재감과 진정성이 관객들에게 영화의 이야기를 설득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광대들’이 주는 진정성을 출연 이유로 꼽았다. 영화 속 연극을 하는 장면에서 보여준 보조출연자들의 열정도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진정성을 느껴서 ‘광대들’을 선택했어요. 제가 잘 놀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제가 재담꾼으로 등장해 관객들 앞에서 얘기하는 장면이 있어요. 날이 더운데도 보조출연자 분들이 열성적으로 리액션을 해주셨죠. 물론 그분들은 각본대로 하신 거겠죠. 하지만 촬영하면서 제가 느낀 행복감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어요. 촬영을 마치고 숙소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며 생각하니 울컥하더라고요.”
처음엔 광대들이 겪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갈수록 덕호(조진웅)의 신념과 고민, 선택이 영화의 중심이 된다. 조진웅은 “덕호의 성장드라마”라고 표현했다.
“덕호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과정이 있어요. 그 전엔 듣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면 어떤 현상을 보고 주변 이야기를 듣게 되는 거죠. 가장 내 편이었던 팔풍이(김민석)가 ‘이번엔 형한테 손 안들 거예요’라고 할 때는 울컥하더라고요. 왜 이런 얘길 하지 싶고요. 덕호 속에 있는 무언가가 움직인 거죠. 덕호는 처음부터 진정성이 있었던 아이고, 그걸 이제 다시 찾았으니 행동을 하는 거예요. 그것이 용기라고 하면 용기죠. 보통 그렇게 살지 않잖아요. 그냥 외면하잖아요. 저도 그럴 때가 많고요. 그런 제 자신에 대한 미안함, 비참함을 느낄 때도 가끔 있어요.”
조진웅은 이미 친분이 있는 배우들과의 호흡이 편했다고 했다. 처음 만난 후배 배우들과 순식간에 가까워지기도 했다. 감독에게 얘기하지 않고 동료 배우들과 다양한 버전의 상황을 만들어 연기하기도 했다.
“윤박, 김슬기, 김민석 세 명의 후배들은 ‘광대들’에서 처음 만났어요. 고창석, 박희순 선배들도 있으니까 정말 잘 따라왔어요. 분위기가 안 좋을 수 없을 정도였죠. 손현주 형이야 저에게 은인 같은 사람이고요. 역시 선배들이 이끌어주시는 힘이 있으시구나 싶었어요. 저희끼리는 감독님 모르게 우리끼리 해보자는 분위기가 있었어요. 리허설 때 내가 이렇게 하면 넌 이렇게 받아 하고 상황을 만들어요. 그렇게 하면서 감독님을 웃기는 거죠. 그러다 너무 오버하면 ‘그건 못 쓸 것 같다’ 무전이 오기도 했어요.”
조진웅은 며칠 전 ‘광대들’ 시사회에 자신의 중학생 조카들을 초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인생작”이라는 극찬도 받았다. 12세 관람가인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광대들’은 제게 유쾌한 작업이었어요. 유쾌하면서도 묵직한 선이 있는 작업이라 굉장히 맘에 들어요. 무엇보다 12세 관람가라서 많은 사람들이 다양하게 공유할 수 있는 메시지가 있다는 점이 좋아요. 이런 영화도 해봄직 하다는 그런 생각도 들었고요. 다양한 관객들을 만날 ‘관객들과의 대화’ 시간도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