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화에 대한 한의계의 갑론을박이 '제2라운드'에 돌입한 모양새다. 한의사간 논쟁은 일단락됐지만 한의사-한약사 사이에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해당 사안에 대해 한의사들 사이에 일부 논쟁이 있었다. 그러자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한의협회관에서 첩약 급여와 관련해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첩약 급여화에 대한 최종안을 회원에게 공유해 참가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쟁점은 약사·한약사의 참여 여부와 방식, 수가, 첩약범위 등. 한의사협회는 총회에서 해당 사안을 논의했고 그 결과를 추후 발표할 예정이다. 어찌됐든 내부 '교통정리'는 시간문제란 이야기다.
관련해 첩약 협의체에 참여하는 이은경 한의학정책연구원장 직무대행은 “내년 1월 시범사업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며 “대한약사회는 첩약 급여화 자체를 반대, 대한한약사회는 분업을 동반한 첩약 급여화를 주장하고 있지만, 진행에는 무리가 없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반면, 협의체에 속해있는 대한한약사회는 "아직 큰 틀의 합의가 되지 않았다"며 이견을 드러냈다. 한약사회 관계자는 “각 단체 간 이견이 많고 합의점 도출에도 어려움이 크다”면서 “한약사회는 일관되게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분업을 주장했다. 이중으로 점검해 처방의 적절성을 판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주장을 정리하면, 실수를 예방코자 '한의사 처방-한약사의 조제' 등 두 번의 과정을 거쳐 안전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처방한 사람이 조제하면 약물 오남용의 가능성도 크다”면서 “안전성에 대한 대책 없이 추진하겠다고 한다면 정부에서도 쉽게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약사회는 처방전 비공개 원칙도 문제삼았다. 한약사회 측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처방 공개는 필요하다”면서 “정부가 하겠다고 하니 막연히 기다리는 것 같은데, 첩약 급여화의 목적은 국민건강을 위함이지 특정 단체에 이익을 주기 위한 게 아니지 않느냐. 한의협의 주장만 들어준다면 퍼주기 사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한의협은 처방전 비공개가 적합한 조치라고 반박한다. 김계진 홍보이사는 “처방전을 비공개하는 이유는 국민들이 한약재를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고 건강원에서 약을 뽑아내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라며 “적절한 처방·조제 없이 약을 지어 먹으면 국민건강에 위해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한약은 규격품 이전의 농산품일 때 독성이 있을 수 있지만, 시장에서 그대로 판매되고 있어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분업에 대해서도 “같은 인삼이라고 하더라도 4, 5, 6년근에 따라 차이가 있고 산지에 따라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분업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첩약의 경우, 약효의 동등성을 완전하게 확보하기 어려워 첩약 분업을 하지 않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내달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안건 상정 후, 내년 초부터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첩약과 관련한 한의계내 이견이 어떻게 봉합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