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7년 3월1일, 탄핵 선고를 앞두고 시민들이 광장에 모였습니다. 이날 오후 2시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지지하는 이른바 ‘태극기 부대’가 서울 광화문광장 남측에 집결했습니다. 같은 날 오후 5시에는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을 든 시민들이 광화문광장 북측에 모였습니다. 몇 시간 만에 달라진 광장의 모습에 같은 공간이 맞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였습니다. 탄핵 선고 날에는 경찰 차벽을 경계로 환호와 통곡이 공존했습니다. 탄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 컸던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격하게 분열된 여론을 누가 봉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스멀스멀 일었습니다.
기우였을까요.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다수의 지지를 얻으며 국정운영을 시작했습니다. 취임 첫 주 지지율(리얼미터 기준)은 81.6%에 달했습니다. 첫 국무총리로 비문(非문재인)계열에 가까웠던 이낙연 전 전남지사를 발탁했습니다. 당내 경선에서 맞붙었던 안희정계 인사인 박수현 전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을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했죠. 북한과의 관계에서도 꾸준히 손을 내밀며 일부 진전을 보여왔습니다.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1년 넘게 60% 이상을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다시 광장의 여론이 나뉘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이 신호탄이 됐습니다.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9일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대규모 집회를 진행합니다. 자유한국당(한국당)도 해당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는 12일에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 인근에서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및 조 장관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릴 예정입니다. 두 집회의 참석자들은 각각 조 장관에 대한 비판과 지지라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서로의 집회에 대해 ‘관제 동원’이라며 비난하는 양상은 같습니다. 각 집회의 인원에 대해 불신하며 믿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죠. 갈등은 점차 심해지고 있습니다.
정치권도 기름을 부었습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각각 자신들과 결을 같이 하는 집회를 지지하고 나섰습니다. 각자의 주장이 옳다고 이야기하며 집회의 ‘순수성’을 강조 중입니다. 조 장관을 둘러싼 갈등은 현안을 논의하는 국정감사에서도 드러납니다. 법제사법위원회, 교육문화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정무위원회 등 질의 내용은 온통 조 장관과 그 일가 관련 의혹에 집중된 듯한 모습입니다.
문제는 이를 포용할 리더십이 실종됐다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의 목소리를 엄중하게 듣겠다고 했지만 서초동 집회 측의 주장인 ‘검찰개혁’ 목소리에 좀 더 힘을 실어줬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반대편의 목소리를 듣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편이냐, 저편이냐. ‘편 가르기’는 세력을 모으는 가장 손쉬운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는 갈등을 확장시키고 모든 일을 정쟁으로 만듭니다. 산적한 사회·경제적 문제들을 뒤편으로 미루게 하죠.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국민 통합이 시작되는 예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며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 대화하고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오늘날 광장의 분열을 메우기 위한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 사진=박효상, 박태현 기자 tina@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