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는 드론 장비를 이용해 하늘에서 내려다본 농어촌과 도시, 삶의 현장, 노랗고 붉게 물든 가을 산과 들 등 ‘2019 여름 풍경’에 이어 다양한 가을 풍경을 연재한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지상에서 촬영한 사진들도 함께 소개한다.
5. 절정 향해 치닫는 홍천 은행나무숲
- 홍천 내면 ‘은행나무 숲’ 매년 10월 한 달 간 개방-
- 노란 은행나무가 바둑판처럼 줄지어선 특이한 가을 풍경-
- 내린천 따라 오고 가는 길도 단풍물결-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양양터널 근처에 위치한 인제 내린천휴게소에서 인제IC로 빠져나온다. 내린천 상류로 이어지는 446번 지방도로를 따라 굽이굽이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이어진다.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서 이름 지어진 미산마을을 거쳐 가을볕과 함께 차창에 전해지는 백두대간의 공기가 싱그럽다.
개인산, 방태산, 맹현봉 등 1200m가 훌쩍 넘는 명산 산자락과 내린천 계곡을 따라 달리며 자연풍광에 취하다 보면 어느덧 인제군을 벗어나 홍천군에 다다른다. 서울양양고속도로에서 동홍천IC로 나와 은행나무숲을 찾아도 무방하다.
오색 단풍 색깔을 흠뻑 머금고 내려온 가을바람은 홍천군 내면에 이르러 2천 그루 은행나무를 노란 옷으로 갈아입혔다.
깊어가는 가을의 멋과 낭만을 노래하듯 높고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은행나무들이 가로 세로로 열병식을 하듯 나란히 줄을 맞춰 서 있다.
해마다 10월이면 일반인에게 개방되는 홍천 은행나무 숲은 한 개인이 30년 동안 정성껏 가꾼 숲이다. 1985년 농장주인은 만성 소화불량에 시달리던 아내를 위해 이곳에 내려와 정착하였다. 광천수로 유명한 오대산 자락의 삼봉약수의 효염을 듣고 인근에 땅을 구입하고 아내의 건강회복을 소망하며 은행나무 묘목을 한그루씩 심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개인 농장으로 유지하다가 2010년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관광객들을 위해 1년 중 단 10월 한 달만 10시에서 5시까지 무료개방하고 있다.
22일 오후, 어렵게 도로 한켠에 주차를 하고 소문으로만 듣던 은행나무 숲을 찾았다. 생각보다 은행나무가 아름드리는 아니었지만 가지런히 줄을 맞춰선 은행나무 군락은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노란 은행 숲을 배경으로 하나 둘 셋에 맞추어 점프를 하며 인생 샷을 찍고 있는 여고 동창생들, 다정하게 추억사진을 찍는 연인들, 어깨를 맞대고 다정스럽게 걷고 있는 노부부 앞뒤로 바람이 스치자 춤추듯 노란 물결을 그리며 은행잎이 떨어진다.
20대 연인의 셀카봉에서는 젊음의 풋풋함과 싱그러움이, 비눗방울을 아기와 아빠를 향해 날리는 엄마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다. 저 멀리서는 단체관광객들이 은행나무 주변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놀이를 하며 함박웃음을 터뜨린다. 관람객 모두의 입가에 미소가 가득하다. 내린천을 굽이굽이 돌아 만난 힘든 단풍 나들이 길이지만 가을 은행나무숲이 선사하는 매력은 수도권에서 3시간 이상 걸린 피곤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친구들과 모처럼 은행나무 숲을 찾은 이진선(50) 씨는 “녹색 잔디 위에 줄지어선 은행나무가 정말 예쁘네요, 모처럼 친구들과 추억에 남을 만한 사진 많이 찍었다.”면서 “주차시설이 부족해서 주차하는데 시간이 좀 걸린 거 외에는 친구들과 많이 웃고 행복한 가을나들이였다.”고 소감을 밝혔다.
30여 년 전 아내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가꾸어온 ‘비밀의 정원’은 이제는 평일에도 3천 여 명이 찾는 홍천의 대표적 가을 관광 명소가 되었다. 은행나무 숲을 둘러 본 후에는 인근의 삼봉약수, 오대산 상원사, 구룡령 정상 등 인근 명소를 함께 둘러보는 것으로 단풍여행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한편 은행나무 숲길 입구에는 작은 장터가 열리고 있다. 밤과 대추, 더덕, 옥수수 등 마을 주민들이 생산한 지역 특산물과 먹거리를 파는 조그마한 가게들은 가을 나들이의 맛과 재미를 더해준다.
홍천=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 /드론촬영=왕고섶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