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3법의 ‘마지막 퍼즐’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법안 발의 1년 1개월 만에 모두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정부가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외친 지 1년이 지난 뒤 이제야 데이터 규제혁신의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는 4일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일명 데이터 3법 중 하나인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에 대한 관리를 개인정보보호위원회로 이관하는 것이 골자다. 기존 정보통신망법의 개인정보보호 관련 내용은 삭제된다.
데이터 3법은 개인정보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일컫는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가명정보' 활용의 근거를 마련해 개인정보의 보호 및 활용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용정보법 개정은 이 가명정보를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통계작성, 연구, 공익적 기록보존 등을 위해 개인동의 없이도 이용하거나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날 소위에서는 일부 의원들이 개인정보 관련 조항이 삭제될 경우 정보통신망법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문제점들을 지적했다. 이에 소위는 문제점들을 개정안에 부대의견으로 달아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기기로 의견을 모았다.
법안은 이미 상임위를 통과한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 개정안과 함께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최종 입법된다. 데이터 3법이 모두 통과되면 정부의 '데이터경제' 활성화 정책에 본격적으로 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여야가 선거제 개편안 등을 두고 대립 중이라 정기 국회가 열리지 않을 시, 데이터3법은 올해 안에 국회 통과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정보와 비식별화된 정보를 막연히 분류해 이 정보활용 규제 원칙이 명확하게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각종 IT 기업들은 ‘개인정보보호’라는 족쇄에 시달려야 했다.
특히 사용자에게 '맞춤형'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대엔 데이터 수집 폭이 중요하다. 가령 AI 스피커가 "이 지역 인기 있는 레스토랑은 어디야?" 등의 답변을 제공하기 위해선 해당 사용자 뿐 아니라 '남의 정보'까지 탐내야 정밀한 답변이 가능해진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비식별 개인정보’다. 비식별 개인정보는 특정인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도록 가공된 개인정보, 즉 소유 주체를 알 수 없는 ‘익명의 개인정보’를 뜻한다. 개인정보는 법률에 의해 보호해야 하지만, 비식별 개인정보는 빅데이터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들은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일찌감치 데이터 규제 혁신을 요구해왔다. 지난 3월 황창규 KT회장은 MWC 기자간담회에서 "비식별 개인정보 규제를 풀어주면 빅데이터나 AI, 블록체인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너무 많다"며 "이 규제가 풀려야 전 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비식별 개인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되면 환자들 동의가 없어도 병원 진료 기록 중 인물을 특정할 수 없는 정보들을 분석해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할 수 있다. 네이버, 카카오 등 IT기업들은 뱁 개정을 염두에 두고 병원들과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데이터 3법이 연내 통과되지 못하면 해외 선진국들과의 AI산업 격차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법안 발의 된 지 1년이 지나서야 상임위를 통과한 만큼 더 지체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안나 기자 la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