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출현, 2050년 1000만명 사망 예상
식약처, 항생제 내성관리 대책 수립
“유기사료를 급여하고 친환경적으로 사육한 젖소들입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구제역 문제도 없었고요. 가장 자연 그대로의 상태인 소의 원유를 사용하기 위해 질병 치료 목적의 항생제 투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다리면 자연스럽게 낫거든요.”
지난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과 함께 강원도 평창군에 위치한 ‘설(雪)목장’을 찾았다. ‘비인체 분야’의 항생제 내성 문제를 모범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비인체 분야란 말 그대로 인체가 아닌 동물, 식물, 환경 등 분야를 말한다.
항생제를 오‧남용할 경우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 슈퍼박테리아가 발생하는데, 이로 인해 매년 7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2050년에는 1000만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슈퍼박테리아는 인체는 물론 식품으로 쓰이는 가축에게서도 발견되고 있으며, 동물의 배설물 등을 통해서도 환경 전체로 퍼져나가기 때문에 가축용 항생제 사용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실정이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설목장은 ‘소가 행복해야 좋은 우유를 생산할 수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젖소들을 키우고 있다. 우선 생산량에 영향이 가더라도 소에게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유기농 사료만을 먹인다. 유기사료는 유기 농산물 인증 기준에 맞게 재배하여 생산하는 사료를 말한다. 대략 유기농 풀사료(건초) 60%, 배합사료 40% 비율로 섞고, 임신 중인 소에게는 건초사료를 더 많이 섞는다.
윤태길 설목장 센터장은 “일반목장은 20~30%, 배합사료 70% 비율로 급여한다. 원유 생산의 촉진제 역할을 하는 배합사료의 비율을 늘릴수록 원유가 많이 나온다”며 “우리는 생산량이 적더라도 일반 사료보다 3~5배 비싼 유기사료를 고집한다. 소 한 마리가 살면서 생산할 수 있는 원유의 총량이 정해져 있는데, 그 이상으로 착유하면 원유의 품질도 떨어지고 소의 수명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목장이 소 한 마리에게서 약 35kg 이상의 원유를 짠다면 우리는 약 25kg정도 짠다”고 말했다.
지금은 겨울이라 해발 979m에 있는 제1축사에서 소들을 관리하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해발 1000m 높이에 있는 대관령 청정지역에 젖소들을 방목한다. 최고 높이의 초지는 해발 1100m다. 윤 센터장은 “겨울엔 초지에 풀이 없어서 방목하지 않지만, 축사 내 공간이 넓기 때문에 운동을 시킬 수 있다. 밀집사육을 하지 않기 때문에 소들의 스트레스는 덜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항생제 등 불필요한 치료제도 사용하지 않는다. 유기사료를 급여하고 방목 사육한 소들이라 큰 질병에 걸린 적도 없을뿐더러, 질병이 있더라도 자연적으로 치유될 수 있도록 격리시켜 관리한다. 이에 구제역과 같은 가축감염병 문제도 발생된 적이 없고, 젖소 결핵병 음성농장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윤 센터장은 “아픈 소들에게 항생제와 같은 약을 쓰면서 착유를 계속 하면 소들은 병이 안 낫는다. 목장 입장에서는 (착유를 못해) 손해지만 쉬면서 자연스럽게 건강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린다. 자연 그대로의 상태의 원유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150마리의 소 중 실질적으로 원유를 생산하는 소는 60여마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단, 단일목장에서 직접착유부터 생산까지 하기 때문에 소독만큼은 철저하게 한다. 원유 집유에서 생산공장까지 이동시간이 필요한 대부분의 목장과 달리 설목장은 착유와 가공공장이 한곳에 있어 신선함과 안정성을 보장한다. 해발 845m에 위치한 설(雪)목장 사무실 및 가공장에 들어설 땐 차량 소독을, 축사에 들어설 땐 인체 소독을 실시한다.
자연친화적 사육환경을 고집한 설목장은 지난 2005년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국내 1호 유기낙농 인증을 받았고, 2014년에는 축산물안전관리인증원을 통해 축산물HACCP(위해요소 관리기준) 인증을 받았다. 축산물HACCP은 가축이 먹는 사료부터 가공‧유통‧판매 등 농장에서 식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위해 물질에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식품안전관리제도다.
설목장 사례와는 반대로 우리나라의 가축 항생제 사용량은 꽤 많은 편이다. 동물 1kg당 항생제 사용량은 188mg(1년 기준)으로 유럽이나 캐나다, 일본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인체 항생제 사용량도 하루에 1000명 중 31.7명이 항생제를 처방받는 것으로 나타나, OECD국가 평균(20.5DDD)보다 높다.
한편 식약처는 지난 2016년 ‘범부처 국가 항생제 내성관리 대책(2016-2020)’을 수립하고, 비인체 분야의 항생제 내성 관리를 위해 배합사료 항생제 첨가 금지, 수의사처방제 도입, 처방대상 항생제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항생제 오·남용 동물의 직접 섭취뿐만 아니라 접촉 등으로 인한 비의도적 전파 위험성을 고려하면 더 적극적인 가축용 항생제 관리가 필요하다”면서 “식약처는 수의사 처방 항생제와 항생제 내성 모니터링을 확대할 것이다. 국가잔류물질검사프로그램 대상에 원유·수산물도 포함할 계획”이라면서 “아울러 항생제 사용량에 대한 통계 관리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