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살아있는 고전의 성대한 마지막, 그리고 시작

[쿡리뷰]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살아있는 고전의 성대한 마지막, 그리고 시작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살아있는 고전의 성대한 마지막, 그리고 시작

기사승인 2019-12-27 07:00:00

짧게는 5년, 길게는 43년에 걸친 대서사시의 종결이다. 영화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감독 J.J. 에이브럼스)는 역사가 40년 정도 된 시리즈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완성시켰다. 전투의 대의명분과 개인의 정체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 레이(데이지 리들리)를 중심으로 긴 역사를 끝내는 동시에 새로운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2017년 개봉한 전편인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에 이어 위기에 처한 저항군이 다크사이드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렸다. 레이는 포스를 통해 이어진 카일로 렌(아담 드라이버)가 대화를 나누며 자신의 출생 비밀에 조금씩 가까워진다. 레아 장군(캐리 피셔)를 잃은 핀(존 보예가)과 포(오스카 아이삭) 등의 저항군은 새롭게 전열을 다듬어 퍼스트 오더(First Order)에서 파이널 오더(Final Order)가 된 악의 세력과 마지막 싸움을 준비한다.

예상을 벗어나는 반전은 없지만, 최선의 완결편이다. 전편 ‘라스트 제다이’에서 라이언 존슨 감독에게 잠시 자리를 내줬던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자신이 연출한 ‘스타워즈’ 7번째 에피소드 ‘깨어난 포스’에서 뿌려놓은 씨앗을 절묘하게 정리해 마무리 짓는다. 전편에서 진전하지 못했던 레이의 탄생 비화를 주축으로 지금 시대 주인공에게 어울리는 선택과 결말을 제시한다. 2016년 사망한 배우 캐리 피셔를 CG나 대역 없이 등장시키고 퇴장시키는지는 과정의 연출도 눈에 띈다. 어색하게 사라지는 것 대신 서사의 일부분을 형성하며 오랜 기간 ‘스타워즈’ 세계에서 살아 숨 쉰 배우의 마지막을 애도한다.

최근 에피소드에서도 그랬듯,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역시 고전의 매력과 트렌디한 감각을 동시에 살려낸다. 오랜 시간 지켜온 큼직한 세계를 조금씩 앞으로 굴러가게 만드는는 ‘스타워즈’ 특유의 투박하고 날것의 전투다. 끊임없이 상대를 무찌르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위한 미션을 하나씩 해결하는 과정, 우주선을 타고 아슬아슬한 곡예비행을 벌이는 건 70년대부터 이어진 하나의 전통과 같다. 큰 구조는 전통을 유지하지만, 속 내용은 새로움을 추구한다. 핏줄이나 피부색, 출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있는 그 자체로 바라보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는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기보다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가는 여성 주인공의 선택을 가만히 지켜보게 한다.

마블 시리즈에 적응된 일부 관객들에겐 ‘스타워즈’ 올드함이 참을 수 없는 지루함으로 느껴질 가능성이 있다. 또 레이와 카일로 렌, 핀을 둘러싼 관계를 보면 ‘스타워즈’ 시리즈가 자유연애를 다루는 것에 아직 미숙하다는 생각도 든다. 후속편이 나온다면 다른 인물들 없이 레이의 서사에 최대한 집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2020년 1월8일 개봉. 12세 관람가.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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