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쇄신을 촉구해 온 의사 출신 직원이 재계약을 하지 못하며 퇴사했다.
3일 강윤희 전 식약처 소속 안전평가원 의약품심사부 종양약품과 심사관은 지난해 12월 초 식약처로부터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3개월의 정직 처분을 받은 후 복직하자마자 발생한 일이다. 징계 및 퇴사 조치가 부당하다고 판단해 지방노동위원회에 제소했지만 1차 심의에서 기각됐다.
강 전 심사관은 “3개월의 정직을 마치고 지난 12월 18일 복직했으나 근무처였던 과천이 아닌 오송 대기발령을 받았다. 출입증도 주지 않았고, 컴퓨터 접근을 금지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며 “식약처는 그달 초 재계약도 하지 않겠다는 해고 통지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노동위원회에서도 기각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아쉬움은 전혀 없다”면서 “자원해서 도와주신 분들이 많았고, 노무사도 최선을 다해 주셨다. 또 재심을 요청할 계획이며, 지방노동위원회에서 결정이 안 되면 중앙노동위원회, 그 뒤 행정소송까지 최선을 다해서 복직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지역종합병원에 진단검사의학과 과장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식약처가 바뀔 때까지 문제제기는 계속할 것”이라며 “기회가 닿는 대로 칼럼 기고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강 전 심사관은 지난해 7월부터 1인 시위 및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식약처의 허술한 의약품 임상시험 관리시스템 및 인력 부족 등의 문제를 지적해왔다.
이에 식약처는 강 전 심사관의 계약 종료시점 3개월 전 허위사실 유포, 직무상 정보 유출 등 5가지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강 전 심사관의 행위가 공무원 복무규정에 위반되는 사항이라는 이유에서다. 당시 식약처 관계자는 “강 심사관에게 공무원 복무규정에 위반된다는 점을 여러 차례 경고했지만 끝내 징계위원회가 열리게 됐고, 재심에서도 정보 유출 등 사안을 봤을 때 정직 처분이 타당하다고 결론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안에 대해서도 “계약 만료로 인한 결정”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또 “강 전 심사관이 복직 후 계약 만료시까지 일할 수 있는 기간은 5일밖에 되지 않았다. 업무를 하기에 기간이 짧았고 종합적인 이유를 고려했을 때 대기발령을 내리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며 “출근 의무가 없다고 공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소식은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 9월 20일 식약처의 중징계 결정 직후 대한의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부당한 징계를 철회할 때까지 협회의 전 회원에게 식약처의 각종 전문위원회에서 철수할 것과 참여 요청에 대해서 거부할 것을 권고하겠다”며 “전 의료계 차원에서 향후 식약처의 어떠한 요청에도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전하기도 했다.
의사협회는 “식약처의 무성의한 조치 뒤에서 한숨 쉬며 환자를 붙잡고 설명하며 안심시켰던 것은 의사들이었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은 그 짐을 대신 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전문가의 의견이 불필요하다면 의료계 역시 협조할 이유가 없다. 또한 식약처의 부실한 행정으로 인해 반복되는 진료현장의 혼란 역시 의료계가 감당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지난해 말 성명서를 내고 “식약처는 강윤희 심사관에게 출근하지 마라, 하루종일 휴게실에서 대기하라, 내년에는 해고 하겠다 등의 막말을 하고 있다. 인권침해와 갑질이 그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그동안 여러 가지 사건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았던 식약처가 이렇게 내부 고발자에게 재갈을 물리는 행태를 서슴없이 자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임상시험의 문제점에 대한 개선을 요구한 전문가에 대한 갑질과 괴롭힘 등의 보복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만약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식약처가 이러한 갑질과 인권탄압을 계속한다면 책임자인 식약처장이 이후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며 “의료연대본부는 다시 한번 경고한다. 즉각 강윤희 심사관을 원직 복직시키고 위험의 임상시험 운영제도개선대책을 수립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