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복이 있어서 이런 거를 받는지 모르겠다. 저 말고도 아프신 분들에게 저만 받는 것 같아서 죄송한데 저한테 이런 행복이 와서 너무 감사하다.” 천안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커뮤니티 케어)에 참여한 이점순(74·여)씨의 말이다.
이 씨는 해당 사업을 통해 김민철 천안사랑인한의원장으로부터 한의 방문 진료 서비스를 받고 있다. 천안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 시범 사업을 시행 중이다. 현재 총 21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의 방문 진료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 사업에 참여한 한의사들은 점심시간이나 진료시간 이후 시간대를 이용해 방문 진료를 하고 있다.
쿠키뉴스가 동행한 이날 김 원장은 점심시간에 이 씨의 집을 방문하기 위해 나섰다. 휴대가 가능한 침, 뜸, 부항, 약침, 봉침(벌침) 등을 챙긴 김 원장은 “예전 영화를 보면 자전거를 타고 왕진 가방을 가지고 했던 것 같은데, 별도의 왕진 가방 없이 필요한 것만 챙겨 다니고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
이 씨는 김 원장을 보자마자 “오늘도 치료를 받을 수 있냐”고 물었다. 천안시에서 새해를 맞아 새로 사업 신청자를 접수한 결과 100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 대상자를 재선정하는 과정을 거치기로 했기 때문이다. 김 원장은 “오늘도 봉침, 약침 등을 놓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 씨는 사실 이 사업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보건소로부터 사업을 소개받았지만, 실제로 이런 제도가 시행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몸이 안 좋아 밖으로 나가기 어려운 사람이다 보니 이런 정보를 접할 수가 없다. 보건소에서 기회를 줘서 너무 좋다”고 말했다.
“어디가 아프세요?”라는 김 원장의 질문에 이 씨는 “다 아파요. 근데 다리 당기는 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 씨는 거동이 불편해 가까운 거리에 있는 정형외과도 택시를 불러 이동했었는데 이렇게 의료진이 방문해서 진료를 해주니 감사하다고 몇 번이고 반복했다. 김 원장은 이 씨를 봐주러 집을 방문했다가 신장 투석을 받는 이 씨의 남편 지달영(78)씨도 지난해 12월 말부터 같이 진료를 봐주고 있다. 지 씨는 최근 골절상으로 인해 침대에서만 생활할 수 있다.
치료는 30분 남짓 걸렸다. 김 원장은 이 씨 부부에게 침과 뜸, 약침, 봉침 등을 하면서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손으로 환부를 직접 눌러보며 꾸준히 환자의 증상을 살폈다. 이 씨는 “몸도 안 좋고 집에 환자도 있다 보니 속상해서 매번 울고 잠도 못 자고 그랬다”며 “이러한 사업으로 삶에 대해 욕심이 생겼다. 우리 같은 사람도 살 수 있다고 느끼게 해줬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도 해당 사업에 대해서 우연한 기회로 참여하게 됐다. 그는 “우연히 접했는데 사업의 취지가 좋아서 참여하게 됐다”며 “만성질환자나 거동이 불편해 병원에 가지 못하는 분들도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에는 사업의 홍보가 되지 않아 환자도, 한의사도 신청자가 적었다”며 “올해 환자만 100명이 넘게 몰리고 있다. 주변 사람의 입소문이 큰 영향인 것 같다. 하지만 한의사들의 신청은 그에 따라가지 못한다. 한의사 한 명이 볼 수 있는 최대 환자 수는 2명이나 3명이다. 더 많은 한의사의 참여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왕진 사업에는 한의사가 적격”이라며 “한의사가 쓰는 의료장비 대부분은 휴대할 수 있다. 타 직역은 복약지도나 상담 등 예방의학적인 측면만 강조되리라 예상되는데 한의사들은 실제 치료까지 진행할 수 있다. 시범 사업에서 그치지 말고 본 사업으로 이어갔으면 한다”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