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꼬박사 이선호의 항문 이야기]③ 연고 발라도 잘 낫지 않는 항문가려움증,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똥꼬박사 이선호의 항문 이야기]③ 연고 발라도 잘 낫지 않는 항문가려움증,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기사승인 2020-01-12 07:44:51
#간단치 않은 항문 가려움증
#글// 이선호 구원창문외과의원 대표원장
항문이 근질근질한 상태를 '항문소양증'이라고 하는데, 이 글을 읽으시면서 언젠가 사람 많은 장소에서 항문이 근질거려 상당히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는 분들이 꽤 많으실 것이다. 그만큼 항문소양증은 상당히 흔한 병이다.

항문이 간질 간질 가렵게 느껴지는 원인은 참 많은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 병은 기생충에 의한 가려움증일 것이다. 그러나 요즘에는 예전과 달리 기생충 유병률이 매우 낮아져서 실제 항문소양증의 원인 중 기생충이 주범인 경우는 채 1%가 안된다. 

그래도 혹시 항문 가려움증이 있다면 간단하게 가까운 약국에서 구충제를 복용하시는 것이 좋겠다. 사실 구충제는 특별히 가렵지 않더라도 생각난 김에 1년에 한두 번 정도 가족이 다 함께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게다가 혹시 야외에서 날 음식이나 잘 익히지 않은 음식을 먹었던 분들은 특히 더 잘 챙겨 드실 필요가 있다.

항문이 가려워지는 주된 원인은 무엇일까? 대부분 특별한 질병 상태가 아니면서도 가려운 것이 보통이다. 설사나 변비 등으로 항문 부위가 좀 자극을 받게 됐다거나, 항문부 피부가 약한 체질이라 유난히 잘 짓무르는 사람도 있다. 너무 꼭 끼는 내의를 입은 경우나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피부가 겹쳐지며 통풍이 안 되면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 특히 습한 상태에서 진균증 등을 합병할 경우 그에 따라 약물 치료도 달라지므로 임의 치료 시 절대 주의가 필요하다.

어쩌다 항문이 가려운 경우 보통은 미지근한 물로 간단히 좌욕을 하고 잘 말리고 통풍이 잘 되도록 해주면 금방 좋아진다. 그러나 이미 피부가 많이 짓물러서 위와 같은 조치로 바로 좋아지지 않고 매우 고질적인 만성 경과를 겪는 분들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가까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약물과 연고제 등을 처방 받아 사용하여야 한다.

그런데 단순히 피부 트러블에 의한 항문 가려움증인 줄 알았는데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항문 주위에 콘딜로마라는 병이 생기면 조금 간질거리고 뭔가 콜리플라워 모양으로 도톨거리는 게 만져지기도 하는데 이는 바이러스에 의해 생기는 병이다. 그냥 두면 자꾸 증식하며 상당히 크기가 커지며 이리저리 번지기 때문에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크기가 작고 범위가 좁은 경우 약물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이 커졌거나  항문 안쪽으로 번져 있다면 레이저 등 수술적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다만 수술적 치료를 해도 잠복하고 있던 바이러스가 또 자라 나오는  경우가 흔한 병이므로 수술 후에도 3개월 정도 주기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항문 주위에 좀 가려운 듯 화끈거리는 통증이 동반되는  수포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수포가 생기면 그런 증상이 나온다. 이 병은 그냥 두어도 몇 주 지나면 저절로 아물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병이 생기면 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좋다.  헤르페스는 일단 감염되면 잠복하고 있다가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 또다시 발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초회(첫번째) 감염증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면 병증이 빨리 호전될 뿐 아니라 재발률도 상당히 낮출 수 있다.

#덧붙이는 말
항문 주위의 염증 초기에는 가려움증 정도만 느껴지다가 점차 아프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만약 항문 주위에 고름이 생겼다면 빠르게 그 부위를 절개, 배농(고름을 배출시키는) 조치를 해주어야만 한다. 이외에도 항문 주위에는 가려움증으로 시작되는 다양한 질병이 있으므로 항문 가려움증을 결코 단순하게 봐선 안 된다.

#이선호 원장은  
 -중앙대학교 의과대학 졸  
 -일반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대장항문외과 전문의  
 -대한 대장항문학회 평생회원  
 -일본 대장항문병학회 회원  
 -일본 사회보험중앙병원 대장항문병센터 연수
이기수 기자
elgis@kukinews.com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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