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용 대마 의약품, 약국서 사라진다

의료용 대마 의약품, 약국서 사라진다

CBD 거점약국 사업 운영 중단… 가격 상승 수령 어려워질 듯

기사승인 2020-02-07 03:00: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의료용 대마 성분 의약품을 취급하는 약국들이 사라질 위기에 놓였다. 

중증 뇌전증 치료제로 쓰이는 칸나비디올(CBD) 성분의 의료용 대마 오일을 취급하는 거점약국을 지역별로 마련·운영하는 사업이 10개월만에 중단됐다. 거점약국 사업을 진행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이하 센터)가 올해 사업 운영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센터는 국내에 유통되지 않는 희귀난치질환 관련 의약품을 공급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산하기관이다. 지난해 3월부터 환자들의 약품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CBD오일성분 약품을 취급하는 거점약국을 전국에 50여개 마련했다. 

이에 따른 불편은 환자들의 몫이다. 약을 구하려면 서울 중구의 센터까지 가야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약품을 주문하고 수령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도 더 늘어지게 된다. 기존에는 센터가 약품을 대량 구매해 거점약국에 공급해 일주일 가량이 걸렸던 것에서 앞으로는 약 보름까지 지체될 지 모른다. 이는 환자의 주문이 센터로 접수된 이후 수입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공급 절차가 변경되는 탓이다.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커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약품 수입 규모가 대량 구매에서 개별 구매로 변경되면서 약품의 단가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CBD오일 제품 ‘에피디올렉스’는 그동안 한 병당 160만원으로 공급됐다. 센터 관계자는 공급 방식 변경으로 가격이 10만원가량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때문에 대한약사회도 우려를 표했다. 약사회는 6일 입장문을 통해 “CBD오일은 지속적으로 사용해야 치료효과를 담보할 수 있어, 안정적 공급이 절실한 약품”이라며 “(거점약국 시스템이 없어져서) 고가의 약품비, 수입과 통관에 소요되는 시간비용, 약을 받기하기 위해 서울 소재 센터까지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 등 부담이 환자에게 전가됐다”고 지적했다.

거점약국 사업의 재개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센터는 추가 예산 없이는 거점약국 사업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센터 관계자는 “지난 2018년에 결정된 예산으로 지난해 거점약국 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것”이라며 “2018년 예산에는 거점약국 사업 비용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업 지속을 위해서는 올해 예산에 거점약국 사업비용이 추가 반영돼야 했다”면서 “거점약국 참여 약사를 대상으로 마약류 취급수가에 준하는 금액을 건당 취급수수료로 지급했는데, 이마저도 센터의 기존 예산에서 지출해왔다”고 예산 어려움을 토로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센터에 거점약국 사업비 명목의 예산을 추가 배정하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기재부 연금보건예산과 관계자는 “센터는 사업비 전액 지원을 요청했지만, 기재부는 전액 지원은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면서도 “국회 논의 단계에서는 운영 비용 중 일부에 대한 증액 지원은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말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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