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사스, 메르스, 코로나19 등 신종 감염병의 출현에 대응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감염 피해 사실을 알리고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지만, 뉴스 생산 과정에서 선정적인 표현을 사용하거나 감염인에 대한 신상을 과도하게 공개하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경희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는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13일 개최한 ‘감염질병과 언론보도’ 긴급 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언론은 감염병 위험에 대해 ▲알리는 경고자 ▲프레임 설정자 ▲인식 확산자의 역할을 한다. 이에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컴학회가 지난 2012년 감염병 보도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기도 했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새로운 문제의식이 제기됐다. 병원 정보 및 환자 이동경로 공개로 인권 침해가 발생하고, 추측성 보도로 인해 괴담이 확산되는 등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메르스 이후 2015년 5월 20일부터 2019년 7월 4일까지 주요 감염병 언론보도 내용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1~3급 감염병 보도에서 증상정보, 의료정보, 대처방안 보도 비율이 전체 10~30% 수준이었고 메르스, 결핵 관련 보도 중 의학, 과학적 검증 정보를 인용한 빈도는 20% 내외였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또 메르스 당시 주요 기사 제목 및 본문 내용을 보면 “패닉”, “사상 최악의 전염병 대재앙을 몰고 온”,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충격적”등의 선정적인 표현이 사용돼 과도한 공포심이 조장됐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러한 일이 ‘신종 감염병’의 특수성과 허점이 많은 기존 가이드라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자들이 처음 접한 상황에서 취재를 해야 하고, 긴급하고 새롭게 판단할 내용이 많은데 보도 준칙은 취재현장에 대한 반영이 미흡하고, 업무량이 많은 기자들이 파악하기에는 분량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규모가 큰 사회재난일수록 어떻게 취재해야 할지 잘 모르는 기자들이 대거 투입된다. 잘못된 보도는 인간의 생명보호와 직결된다”며 “취재방향의 빠른 설정과 올바른 보도를 위해 가이드라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감염병 보도는 피해 최소화라는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민 알권리를 위한 공공성을 추구하면서도 감염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정확한 보도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며 “보도 시점까지 사실로 밝혀진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보도하고, 감염병의 원인과 예방수칙을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감염병 보도 내용에는 ▲해당 감염병에 취약한 집단 공개 ▲예방법, 행동수칙을 우선적, 반복적 보도 ▲감염병 치료 의료기관, 보건소 등 의료정보 제공이 기본적으로 담겨야 하고, 신종 감염병의 경우에는 ▲현재 의학적으로 밝혀진 것과 밝혀지지 않은 것을 명확하게 구분 ▲(의과학 전문가 의견이 포함됐다고 하더라도)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추측, 과장 보도 지양 ▲감염병 발생 최초 보도시 보건당국에 사실여부 확인, 정보원 명기를 원칙으로 보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감염병의 발생률, 증가율, 치명률 등 백분율(%) 보도시 실체 수치(건, 명)를 함께 전달하고, 감염 규모도 지역, 기간, 단위 등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을 가이드라인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본인 동의 없이 사진, 영상 또한 사용하면 안 되며 공개 수준은 개인식별 위험 여부를 고려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의학, 과학 보도에서는 전문적, 학술적 내용 전달에서 왜곡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에디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편집자는 특정 아젠다를 강조하거나 정파성을 띄지 않고 독자들이 ‘사실’과 ‘의견’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공정한 관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가이드라인에는 취재기자 보호 부분도 포함돼야 한다. 기자 스스로가 보호해 감염병 확산의 매개체가 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며 “해당 감염병에 충분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 취재과정에 대한 계획이 되어 있는지 확인 후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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