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가 커지면서 단순 불안감으로 인한 2차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심리방역'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치료법 및 예방수칙 등 대처방안을 다룬 언론보도의 부족으로 정부-국민간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명순(서울대 보건대학원) 한국헬스컴학회 회장은 21일 오후 2시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과 한국 사회의 위기소통’ 특별 토론회에서 '심리방역'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유 회장은 "지난 18일 서울대병원 선별진료소를 이용한 사람 154명중 1/3인 60명이 단순 불안감으로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3차병원 의료체계 혼란 우려를 낳은 사례"라며 "지역사회 확산이 감지되는 시점에서 바이러스 자체를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의 심리방역을 전면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회장이 제시한 심리방역의 요소는 ▲우리 사회가 신종 바이러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집단효능감 ▲보건당국과 지역사회기관 및 이웃에 대한 사회적 신뢰 ▲합리적 위험인식 ▲정부-언론-국민의 효과적인 위험소통 ▲바이러스 리터러시이다.
문제는 감염확산 대응의 공적 주체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 정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유 회장이 코로나19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을 알아보기 위해 1, 2차로 나누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정치성향이 보수적이라고 응답한 사람일수록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인식이 유의하게 높게 나타났다. 그는 국민들 정치성향의 영향력이 소득분배나 통일 문제 등 전통적인 정치 이슈들의 영역을 넘어서 건강과 안전 이슈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위험사회의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여성일수록 바이러스에 대한 위험인식이 높았고, 코로나19사태로 일상이 변한 정도는 남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나이가 많을수록 강했지만, 감염 가능성에 대한 위험인식은 젊은층이 높았다. 또 자녀가 있는 응답자일수록, 자신의 건강상태를 나쁘게 볼수록 위험인식이 높았다.
감염확산 대응의 공적 주체에 대한 신뢰 정도를 묻는 질문에서는 치료책임 기관과 방역의 콘트롤타워(질병관리본부)가 보건복지부, 청와대, 지방자치단체보다 높은 신뢰를 받았고, 이 순서는 1차 조사 때와 달라지지 않았다. 신뢰 수준도 1차조사와 대부분 유사했지만, 지방자치단체와 언론에 대한 신뢰가 각각 2.50에서 2.42, 2.36에서 2.12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하락세를 보였다.
다만 매체별로 비교했을 때 국민의 매체 활용도와 신뢰도는 전통매체가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주영기 한림대학교 미디어스쿨 교수는 "코로나19 보도의 전반적인 내용은 과거 신종플루, 메르스 때보다는 개선됐지만 건강 위기 대응 차원에서 언론에 대한 신뢰가 타 기관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며 "바이러스 자체에 대한 의료 정보, 예방 수칙 및 치료 정보 등 바이러스가 위험해도 문제없이 해결해나갈 수 있다는 효능감을 키울 수 있는 정보들에 대한 뉴스소비자의 갈증이 낮은 신뢰로 나타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확진자 이동 경로’(98명)를 제외하고, ‘치료방법’(86명), ‘발병원인’(68명), ‘바이러스 특성’(38명), ‘백신개발 현황’(36명) 등 보건의료 전문 정보가 미흡하다는 응답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주 교수는 "지난 10일까지 신문·방송 등 10개사의 기사중 10%만 추려 1079건을 살펴본 결과 23.3%만이 기사내에 대처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며 "최근 자살보도에서 ‘도움 받을 연락처 정보 제공'을 관행화하고 있는 것처럼 기사 말미에 예방수칙이나 정형화된 바이러스 정보를 붙이는 관행을 정착시키는 것은 '정보바이러스화 현상'을 차단하는 한 방법이다. 정보바이러스화 현상은 감염병 보도가 확진현황과 사회경제적 여파 등 감염병 위기 진단에만 치우쳐 개인적, 사회적 처방 정보가 불균형을 이뤄 사회적 패닉상태를 유발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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