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코로나19의 여파로 영화계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관객들은 극장에 발길을 끊었고, 영화 개봉도 줄줄이 미뤄졌다.
먼저 영화 관객수가 크게 급감했다.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정부가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한 것이 결정타였다. 사람들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지난 25일 하루 동안 극장을 찾은 관객수는 7만6277명에 불과했다. 지난 24일 기록한 7만7071명에 이어 이틀 연속 7만 명대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역대 영화 관객수 기록을 살펴봐도 이례적인 수치다. 2010년대 들어 하루 관객수 10만 명 이하를 기록한건 9만4906명의 관객을 모았던 2016년 4월5일 이후 4년 만이다. 지난 21일~23일 3일간 극장을 찾은 관객은 약 70만명에 불과했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던 당시와 비교해도 3분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지난 19일 개봉 이후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킨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감독 김용훈)이 7일 동안 모은 누적관객수 41만3885명이다.
개봉을 앞뒀던 영화들은 일제히 일정을 미뤘다. 현재 상영 중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도 12일 개봉 예정에서 19일로 개봉으로 일정을 한주 미룬 사례다. 오는 26일 개봉 예정이었던 ‘사냥의 시간’, ‘기생충: 흑백판’, 다음 달 5일 개봉 예정이던 '결백'은 개봉을 무기한 연기했다. ‘후쿠오바’, ‘이장’, '알피니스트 - 어느 카메라맨의 고백', ‘나는 보리’, ‘교회오빠’ 등 다수의 독립영화들도 개봉일을 미뤘다. 다음달 개봉 예정이었던 디즈니 애니메이션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 역시 4월로 개봉일을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영화 제작보고회, 언론시사회 등 취재진을 상대로 한 행사들 역시 모두 취소됐다. 지난주까진 마스크 지참과 손 소독제 사용을 권하며 진행됐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람이 밀집하는 행사를 자제하라는 정부 권고에 따라 대부분 영화 관련 일정에 취소 공지가 떴다. 지난 20일 영화 ‘이장’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 확진 환자인 명성교회 부목사가 같은날 방문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개최 예정이던 영화 시상식도 연기됐다. 오는 25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제56회 대종상 영화제는 참석자들의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로 잠정 연기됐다. 오는 27일 개최 예정이던 한국영화기자협회의 '올해의 영화상'도 잠정 연기 입장을 발표했다. 같은 날 개최 예정이던 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의 제40회 황금촬영상 시상식은 오는 4월 8일로 일정을 미뤘다.
코로나19로 인한 극장의 피해를 줄이고자 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영화관이 납부해야 하는 영화발전기금 부과금의 체납 가산금을 올해 말까지 면제하기로 했다. 또 코로나19 확진자 방문 등으로 피해를 입은 영화관에 방역비용을 지원한다. 26일 서울 사당동 영화관 '아트나인'을 방문한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영화관 현장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영화관 피해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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