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정부는 필요할 때만 감염내과 의사들을 찾는다. 소 잃고 외양간 못 고치는 상황을 만들기 전에 인력에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안 그래도 부족한 의료인력의 피로도가 한계에 달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확진환자 치료 병상 확보를 위해 감염병 전담병원을 추가로 지정하고 있지만 감염내과 전문의가 없거나 부족한 곳이 많다. 이에 일반 내과나 안과, 외과, 산부인과 등 다른 분야 전문의까지 동원돼 환자를 돌보고 있는 실정이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신종감염병이 유행할 때만 감염내과 전문의를 찾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당시에도 전문인력 확충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메르스 당시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등을 지낸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활동하고 있는 감염내과 전문의는 250여명이다. 메르스 때 200명 정도였으니 1년에 10여명 배출된 것”이라며 “인력이 태부족한 이유”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신종 감염병이 출현하면 국가 요청에 따라 최전선에서 진료에 임하는 게 감염내과 의사들”이라면서 “유사시에 데려다 쓰는 것은 가능하지만 필요할 때만 차출하고 있다. 게다가 인력양성에 대한 정부 지원도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항상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고 있는데, 못 고치는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감염내과는 전공의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3D 과이다. 근무여건 대비 보상이 높지 않고, 감염관리와 예방에 중점을 두는 과의 특성상 수익 창출과 거리가 먼 탓에 병원에서 ‘찬밥’ 신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내과 의료진은 에이즈나 결핵, 말라리아 등 감염질환자에 대한 진료만 보는 게 아니다. 패혈증 등 감염 증상이 나타난 병원 내 다른 과 환자에 대한 협의 진료도 하고, 의료기관관련 감염 예방을 위한 조치 및 교육도 시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항생제 적절 사용을 위한 관리, 지역사회 감염병 예방 관리를 위한 예방접종 및 자문 제공 등의 역할도 한다.
김태형 순천향대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의사는 자기 과가 제일 힘들다고 하지만 감염내과 의사는 정말 하는 일이 많다. 진료를 보면서 연구도 해야 하고,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땐 병원의 질병관리본부, 즉 컨트롤타워가 돼 원내감염을 막아야 한다”며 “일은 많지만 수익은 없다 보니 병원 차원의 투자가 적고, 전공의나 감염관리전문간호사 지원도 적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큰 대학병원은 그래도 4~5명의 스페셜리스트가 있지만 중소병원, 지역병원은 1명 유지하기도 힘들다”며 “우리나라 의료는 공공성을 띄고 그런 차원에서 감염내과 전문의 인력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 특히 지금처럼 전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언론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감염내과 전문가가 없으니 원활한 소통도 되지 않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제기됐던 전문인력 확충 방안으로는 감염관리 수가 지원, 근무여건 개선, 국립공공의대 설립,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이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어떤 사태가 마무리되면 대응에 있어 부족했던 부분을 파악해 대책을 수립한다. 코로나19와 관련해서도 추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한편, 김우주 교수는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대구‧경북지역에서 진료를 보고 있는 의료진들의 지원 강화도 요청했다. 그는 “대구‧경북에서 확진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인들은 교대근무 없이 병원에서 숙식하며 진료를 보고 있다. 피로도가 가중되다 보니 실신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며 “보호장구가 부족해 재활용하는 등 감염 위험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민간병원에 지원되는 보호장구가 국공립보다 더 적다고 하는데 지원은 똑같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인에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가 오지 않도록 하는 심리 지원도 필요하다. 메르스 때도 많은 의료진이 호소한 부분이다”라며 “(코로나19)장기전에 대비해 정부 당국이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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