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쿠키뉴스] 홍재희 기자 = 전북도립미술관이 편법으로 전북미술협회 회원展을 개최키로 하면서 미술단체의 전시공간으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공공재가 한 단체와 교묘히 말을 맞춰 시설 사용을 추진한다는 점에서 빈축을 샀다.
전라북도 미술계에 따르면 오는 8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한국미술협회 전라북도지회전을 연다. 올해 40회를 맞아 11일부터 20일간 회원 500여 명이 참가하는 대단위 단체전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전북미술협회 김영민 지회장은 원로작가와 회원들의 희망사항이며, 15주년 협회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전북도와 전북도립미술관 측에 전시회 개최를 요청했다.
전북미술협회 김 지회장은 “원로작가들이 한 명씩 돌아가시고 있고, 원로작가와 회원들이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전시하길 원하고 있다”면서 도립미술관 김은영 원장을 비롯한 내부 회의와 도립미술관 운영위원회를 거쳐 전시회가 결정됐다”고 전시진행에 대해 설명을 했다.
그러나 전라북도립미술관 운영·관리 조례 제25조에 따라 대관허가 범위는 전시장이 아닌 강당, 세미나실, 옥외공연장 등의 기본시설과 냉·난방 설비, 프로젝터, 조명, 음향시설뿐이기 때문에 사실상 전시실 대관이 안된다.
하지만 전북도립미술관이 초대전을 빙자해 전라북도지회전을 개최키로 했는데, 이는 편법으로 형식적 조례 위반을 회피했다는 점에서 논란은 작지 않다.
이에 대해 전북도의회 문화건설안전 전문위원회는 "전북미술협회 측이 도립미술관에 전시를 요청했는데, 조례 상 전시실 대관이 안되자 반대로 도립미술관측이 초대한 것이다"며 "형식적 조례위반 사항을 회피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부 전북미술협회 회원들은 기획전시가 생명인 도립미술관이 이번 회원전이 선례가 돼 각 시군미술협회 등의 전시공간으로 전락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북미술협회 회원 A씨는 “물론 전북을 대표하는 전북도립미술관에서 전시하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다”면서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도립미술관이 일반 갤러리에서도 볼 수 있는 협회 회원展을 개최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은영 전북도립미술관 관장은 “전북도 요청과 방침에 따라 전시를 진행한 것이다”면서 “이번 전시는 선거 등 여러 요인이 섞인 시의성 전시다”고 설명했다. 또 “도의 요청에 단체전 등은 부합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었지만 초대전도 여러 범위가 있고, 넓은 범위의 초대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일축하면서 책임 회피 논란까지 일고 있다.
이와 달리 전북도 관계자는 “미술계를 대표하고 있는 좋은 작품을 제공하는 목적도 있지만 어려운 전북 작가들을 위하는 것도 행정에서 하는 일이다”면서 “전시계획 회의 중 이벤트성으로 제시하긴 했는데, 결정은 도립미술관장이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전북도와 도립미술관이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니다. 전북도립미술관 운영을 위해 8~9월이면 1년 전시계획을 잡고, 12월말에 예산확보를 마무리해야 하지만 전라북도지회전을 나중에 끼워 넣기 하다 보니 예산이 부족, 결국 전시 도록은 전북미술협회에서 충당키로 했다.
그러나 전북미술협회는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인원이 전시에 참가할 계획이어서 전시 도록 등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실정이지만 올해는 전시를 위한 문예진흥기금 조차 확보를 못했다.
이에 따라 이번 전시를 주관하는 협회 사무국은 지난 1월 31일 정기총회에서 회비를 낸 사람에 한 해 전시 참여기회를 주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지난 한 해 동안 거출된 회비는 134만 원에 불과하다. 지금껏 지회장 임기가 끝나는 시기에 맞춰 회비를 내고 선거권을 획득한 상태로 운영돼 왔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회원들은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비와 선거권을 독립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전북미술협회 김 지회장은 “지금까지 이어온 전통이다”고 일축하면서 회원展 개최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게 됐다.
논란이 커지자 김 지회장은 “이번 전시의 경우 내부사정으로 서류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한 책임이 있기 때문에 전시 도록 비용의 경우 자비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obliviat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