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국내 거주 중인 외국인 유학생들이 공적 마스크를 구매할 수 없어 건강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마스크 5부제’ 시행으로 유학생 등 국내 체류 외국인은 건강보험증이나 외국인등록증을 제시해야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다. 당초 두 개의 서류를 모두 제출해야 했지만 지난 9일부터는 외국인등록증만 보여줘도 구매가 가능하다. 단, 건강보험 가입자가 아니라면 구매할 수 없다.
문제는 외국인 유학생은 건강보험 의무가입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아 상당수가 미가입 상태라는 점이다. 현재 외국인 유학생은 건강보험 신규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상당수 유학생들은 월 1만원 가량을 지불하고 민간보험이나 단체보험 등을 가입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지난해 7월16일 외국인 건강보험 의무가입 제도를 도입하면서 유학생만 오는 2021년 2월28일까지 한시적으로 의무가입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당시 외국인 유학생들과 학교 담당자들이 사보험 대비 비싼 보험료 등을 지적하며 대상 철회를 촉구함에 따른 조치였다. 관련해 지난해 “의무가입이 시행되면 유학생은 월 5만6350원은 납부해야 하는데, 거의 본래 내던 금액의 6배 정도다. 금액이 터무니없이 많이 올랐음에도보험료 체납시 비자연장을 할 수 없는 등 너무 가혹한 불이익이 있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돼 1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기도 했다.
외국인 건강보험 의무가입은 고액의 치료를 받기 위해 국내에 입국했다가 의료보험 혜택만 받고 출국하는 ‘진료 먹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건강보험 의무가입 대상자에 외국인 유학생을 제외시켜달라는 요구가 높았다. 학생들이 병원 갈 일이 많지 않고 가더라도 감기 같은 경증질환 치료를 위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월 5만원의 보험료가 부담된다는 이유에서다”라며 “이 때문에 내년 2월까지 제도를 정비해 3월부터 지역가입자로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사이 신규 가입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대부분의 마스크가 공적 판매처로 유통되고 있는 만큼 유학생들은 마스크 구매난에 직면한 상태다. 한국에 유학을 온 대학원생 A씨는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외국인 유학생 공적마스크 판매 불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요새 공적마스크를 판매한다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어느 약국에 가도 국가 의료보험이 안 되는 상태라 판매가 불가능하다는 말밖에 못 들었다”고 호소했다.
그는 “학생비자로는 내년까지 국가의료보험 신청이 안 되는 상황이라 대학교에서 신청해주는 민간보험사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불법체류외국인이 아니면서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 같다. 다이소나 이마트 같은 데에서 팔았던 마스크들은 요새 미입고 상태라 구매할 수가 없다”며 “이러한 현황을 당하고 있는 외국 유학생들에게도 마스크를 살 수 있게 보장해 주셔야 외국 유학생들의 건강과 더 나아가 코로나 19의 확산을 막는데 빈틈을 없애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국이주인권단체는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마스크 구매에 있어 이주민 차별을 철폐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단체는 “정부의 ‘마스크수급 안정화대책’을 보면, 공적마스크를 약국에서 구매할 때 내국인은 신분증만 있으면 되는데 외국인 이주민은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을 제시하도록 되어 있다”며 “이는 이 두 증서가 없는 이주민은 공적마스크 구매에서 원천적으로 배제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6개월 미만 체류 이주민, 유학생, 사업자등록 없는 사업주 특히 농어촌지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미등록 체류자 등 수십만 명이 광범위하게 배제되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공적물량도 부족한 상황에서 한국에 잠시 온 외국인의 마스크 구매를 막기 위해서는 이같은 조치를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금 유통되는 공적마스크 수량만 보면 주1회, 1인1매씩 지급해야 맞다. 그런데 1인2매씩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마스크만 사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건강보험증이나 외국인등록증이 있는 외국인만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한편, 유학생이 아닌 외국인은 국내에서 6개월 이상 체류해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장기체류자의 건강보험 가입은 의무로, 평균 건강보험료는 11만원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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