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건즈 아킴보’ 눈 뜨니 양손에 총기가 박제된 남자

[쿡리뷰] ‘건즈 아킴보’ 눈 뜨니 양손에 총기가 박제된 남자

‘건즈 아킴보’ 눈 뜨니 양손에 총기가 박제된 남자

기사승인 2020-04-08 07:00:00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두 손을 허리에 놓은 자세, 혹은 양손에 무기를 든 사람을 뜻하는 ‘아킴보’는 하루아침에 주인공 마일즈(다니엘 래드클리프)의 별명이 됐다. 양손에 총을 들고 다녀 ‘건즈 아킴보’라 불리는 마일즈는 사실 폭력을 싫어하고 심한말도 못하는 평범한 청년이다. 그저 채팅으로 몇 마디 했을 뿐인 그가 죽이지 않으면 죽는 살인 게임으로 떠밀렸다. 마일즈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건즈 아킴보’는 낮에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상사에게 시달리다가 밤에는 키보드 워리어로 변신해 거친 욕설을 퍼붓는 마일즈가 목숨을 걸고 싸우는 게임 ‘스키즘’에 참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마일즈는 어느 날 그의 집으로 찾아온 스키즘 운영진에 의해 양손에 권총이 못으로 박제된다. 혼자 옷도 못 입게 된 마일즈는 스키즘에서 플레이어 랭킹 1위를 기록 중인 닉스(사마라 위빙)의 다음 타깃이 되며 이유도 모른 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건즈 아킴보’는 마일즈가 살고 있는 평범하고 따분한 현실 세상을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스키즘의 게임 세상으로 바꾼다. 게임처럼 마일즈의 시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게임 특유의 뻔뻔한 설정들을 들이민다. 마일즈가 원치 않는 상황에 빠질 정도로 잘못한 것인지, 그의 손에 왜 하필 권총을 박아넣은 것인지, 왜 초짜인 그를 닉스의 먹잇감으로 던져준 건지 아무 설명도 하지 않는다. 관객이 느끼는 황당한 마음은 그보다 100배는 더 황당하고 억울한 마일즈의 반응과 그가 겪는 일을 지켜보며 조금씩 사라진다.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따라가 보자는 심정이 되는 것이다.

현실이 아닌 게임 속 세상임을 강조한 ‘건즈 아킴보’는 다시 영화 문법으로 돌아간다. 우연한 정보로 마일즈와 닉스의 관계가 새롭게 설정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건 기존의 버디 액션물 공식 그대로다. 낯선 도입부를 지나 익숙한 중반부에 이르면 현실과 비현실 구분을 지운 1인칭 총기 액션이 빛을 발한다. 영화 ‘존 윅’(감독 데이빗 레이치, 채드 스타헬스키)이 홍콩식 타격 액션을 낯선 세계에서 구현했다면, ‘건즈 아킴보’는 게임식 총기 액션을 스트리밍 영상 세상에서 구현한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는 시점과 극 중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시점은 사실 비슷하거나 거의 같지 않을까.

아무리 게임이라 해도 지나치게 잔혹하고 비사회적인 스키즘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는 점은 영화의 메시지 자체다. 스키즘의 수장인 릭터(네드 데네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할뿐이라는 변명을 수차례 늘어놓는다. 그를 ‘건즈 아킴보’의 최종 빌런으로 지목하기 어려운 이유다. 죄 없는 현실 약자에게 접근해 끔찍한 폭력을 가하고 협박하는 운영진과 수많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영상으로 지켜보는 이야기는 2020년 한국에선 낯설지 않다. 오는 1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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