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쿠키뉴스] 홍재희 기자 = 전북 완주군에 위치한 아원갤러리를 찾은 것은 지난 10일. 입구에 들어서자 이중희 화백의 대작이 공간을 압도한다. 이 화백은 가장 한국적인 생명력을 강렬한 색의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승화하고 있다.
아원갤러리에서는 내달 30일까지 ‘이중희 화백의 기획초대전’을 개최해 설치작품 2점을 포함해 총 16점의 작품을 선봰다. 이번 전시에서는 만다라, 단청, 춤 등 한민족 속에 깃들어있는 신명을 대작들로 만나볼 수 있다.
갤러리 입구에서 복도를 지나 전시공간에서 마주하는 설치작품 ‘춤’은 열리는 건물 천장 아래 빗물을 담아 놓은 실내 연못과 어우러져 처음부터 그곳에 서 있던 것 같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어 시선을 돌려보면 강렬한 색채가 전시공간을 채우고 있다. 태양의 기운붉은 색이 주를 이루는 1000호 대작 ‘만다라’는 모더니즘 공간의 확장성이 아닌 회화의 본질을 담고 있다.
불교에서 ‘만다라’는 부처의 내면세계, 진실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해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즉, 이 화백은 관람자에게 작품을 통해 보이는 허상이 아닌 심리적·물리적 깨달음을 제시하고, 찾고자 한다.
이러한 이 화백의 작품들은 정(靜)과 동(動)이 공존하고 있다. 간결한 형태와 역동적 붓 터치, 강렬한 색채에서 뿜어져 나오는 격동은 춤추는 무희로 다가와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또 황(黃)·청(靑)·백(白)·적(赤)·흑(黑)의 우리 전통색인 오방색은 음양과 하늘·땅의 기운을 넘어선 정(靜)이다. 이 화백이 사용하는 재료인 아크릴 구아슈(Acryl gouache)조차 같은 맥락일 수 있다.
일본 평론가 와시오·도시히코는 “화면 가득히 숨쉬는 둣한 격렬하고도 고운 민족의 정동이 얼마나 한국적인 것인가 자신도 모르게 감탄하게 된다”면서 “구아슈는 역사적으로 백·황·적·녹을 중심으로 만들어졌고 여기에 청을 더해 사용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이 화백은 “단순히 그리는 행위나 그림 그 자체에 예술목표를 가지고 있지 않고 그것을 통해 도달해야 할 어떤 목적지에 끊임없이 가야 하는데 있다”면서 “나에게 예술은 스스로 구원해 나가는 방법이고 나를 신과 접근시키는 통로이며, 그에게 영광을 돌리는 수단이므로 비로소 나의 완성을 이루어가는 가장 적합한 방법이다”고 작가노트를 통해 전하고 있다.
한편, 이중희 화백은 지난 1980년부터 2012년까지 33년간 원광대학교에서 서양화과 교수를 재직하며 미술대학장과 미술관장을 역임했다. 대학원 세미나 시간 그는 형상의 일루전에 대해 “지구를 멀리 떨어진 우주에서 바라보게 된다면 작은 점에 불과하며, 캔버스의 형상 역시 현미경으로 바라보게 되면 미립자의 허상일 뿐이다”면서 “미술의 본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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