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쿠키뉴스] 홍재희 기자 = 전북 군산 팔마산 아래 예깊미술관을 찾은 것은 지난 1일. 전시장에 들어서자 작은 형상에서 발색되는 색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김상태 작가는 작은 형상의 군집으로 큰 화면을 채우는 올 오버(All Over) 회화를 선보인다.
예깊미술관에서는 오는 31일까지 일상을 해학으로 바꾼 김상태 작가의 전시가 펼쳐진다. 김 작가는 일상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조차 귀중한 소재로 삼는다. 그는 스쳐가는 작은 인연 택배아저씨, 풀벌레, 나무, 꽃 등을 소재로 화면 속에 나열한다.
김 작가의 화면 속 작은 인물들은 크기마저 균등하다. 그는 어느 하나 크게도 작게도 표현하지 않으면서 르네상스 이래 회화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원근법이란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또한 붓으로 그린다는 고정관념도 버렸다. 그는 화면 속 작은 형상을 표현하기 위해 물감을 쌓아 칼로 긁고 깎으면서 묘미를 즐기고 있다. 작은 형상의 눈은 주사기를 사용해 물감을 올리는 등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는다.
이러한 김 작가의 표현방법을 놓고 지인들은 재활활동이라고도 한다. 지난 2010년 그에게 찾아온 병마는 손으로 그렸던 표현방식조차 바꿔버렸다.
이승우 미술평론가는 “그의 화폭 안에는 특별히 잘난 것도 특별히 못난 것도 없다”면서 “기억 속에서 끄집어내지는 것들을 차별 없이 균등하게 물감으로 쌓고 다시 깎아내는 힘든 과정을 거친다”고 말했다. 이어 “아크릴 물감이 적당히 굳는 시간을 놓치면 무지하게 어려워진다”며 “그 형태와 색들은 화면 속에서 개별적으로 모두 평등하게 자유로움을 구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회는 불편한 상태의 걷는 모습이 마치 춤추는 모습과 같아서 화면에 담았다는 ‘댄스생활’을 비롯해 ‘가공의 숲’, ‘여행가’, ‘즐거운 상상’ 등 작가의 일상생활을 담은 30여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김상태 작가는 “주변에서 가장 흔한 일들과 맞춰 단어를 생각하고 시를 쓰듯, 이야기하듯 집합시켜 크게 확대해 작업했다”면서 “심각한 이야기를 편하게 접근하고 사소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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