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쿠키뉴스] 윤요섭 기자 = 사업 위기에 가족과 연락이 두절된 80대 일본인이 부산경찰의 도움으로 31년 만에 한국 가족과 상봉했다.
4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일본에서 편지 한 통이 왔다. 편지에는 A(80대 남·일본국적) 씨가 일본어로 빼곡히 적은 사연과 오래된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편지에는 A 씨가 지난 1989년 일본에서 운영하던 사업이 버블경제 붕괴로 갑자기 어려워지자 한국에 가족을 두고 일본으로 돌아가 사업에 몰두했는데, 이 과정에서 가족들과 연락이 두절돼 죽기 전에 헤어진 가족들을 찾아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A 씨가 기억하는 것은 한국인 아내와 아들의 이름, 오래된 남매의 사진이 전부였다.
경찰은 당시 비슷한 연령대인 아들과 A 씨 아내를 전산으로 조회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A 씨가 단서로 제공했던 당시 초등학생인 아들의 편지봉투에 적힌 집주소도 찾아봤지만 건물은 이미 없어졌고, 전입신고 내역에서도 A 씨 가족의 이름을 찾을 수가 없었다.
올해 4월 부산 중부경찰서 실종전담수사팀은 해당 사건을 재수사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어 통역사를 통해 A 씨와 직접 통화하면서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희미하게 남아있던 A 씨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한국에 있을 때 서울여대 앞에서 항상 내렸었다'는 내용이었다.
실종팀은 기존에 확인한 대상자들의 연령대 폭을 10년씩 늘려 특정 작업을 다시 진행했다. 전국에 A 씨의 아들로 추정되는 인원은 159명, A 씨의 아내로 추정되는 인물은 131명으로 추려졌다.
경찰은 A 씨가 기억하는 서울여대가 있는 노원구 공릉동을 거쳐간 대상자들을 한 명씩 분류했다.
노원구 관할 주민센터에 협조를 구해 인적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서울의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있던 A 씨의 아내 B 씨(70대)와 아들 C 씨(40대)를 찾았다.
B 씨와 C 씨도 일본으로 떠난 A 씨가 연락이 두절되면서 경찰서와 영사관을 통해 여러 차례 찾으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실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한국을 방문할 수 없어 국제전화로 31년 만에 가족들과 재회했다.
A 씨는 "코로나19의 제약만 풀리면 한국으로 가족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며 "경찰의 끈질긴 노력으로 31년 만에 가족을 만날 수 있어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A 씨의 아들인 C 씨도 "혼자서 저희를 키워주신 어머니에게 큰 효도를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편지가 부산 중부서로 오게된 경위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며 "관할 주민센터의 협조로 전산 기록에 없었던 자료에서 A 씨의 아들 이름을 찾아냈고 대상자 명단과 다시 비교하는 과정에서 A 씨의 가족들을 찾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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