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전(戰) 현주소는?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전(戰) 현주소는?

항바이러스제·항체치료제 주목… 백신 개발 해외 강세

기사승인 2020-05-15 02:00:00

[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코로나19 창궐 후 5개월,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은 어디까지 진행됐을까? 전 세계와 다국적 제약기업들은 치료제와 백신 개발전(戰)에 돌입한 상태다. 치료제는 국내외에서, 백신은 주로 해외에서 개발이 한창이다. 

그동안 코로나19 확진환자 치료에는 기존에 다른 적응증으로 유통 중이던 항바이러스제가 사용됐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칼레트라’가 대표적. 칼레트라는 바이러스 복제를 촉진하는 단백질을 억제하는 기전이며 다국적 제약사 애비브가 생산, 한국애비브가 이를 국내 공급하고 있다. 지난 6일 홍콩대학교 연구진은 칼레트라와 ‘인터페론 베타-1b’, ‘리바비린’ 등 3개 항바이러스제를 코로나19 환자에게 병용 투여하면 칼레트라를 단독 투여했을 때보다 음성 판정일과 퇴원일이 평균 5일이 단축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존슨앤존슨의 HIV 치료제 ‘프레지스타’도 치료제로 주목을 받았다. 중국에서는 1월부터 연구자주도 임상시험 방식으로 코로나19 환자 대상 프레지스타 3상 임상시험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후 3월 회사는 프레지스타를 코로나19 치료에 사용할 증거가 없다고 발표, 치료제 후보군에서 제외됐다.  

한 때 일본의 ‘아비간’도 기대를 모았다. 후지필름도야마화학이 개발한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인 아비간은 국내 도입도 검토됐지만, 안전성과 효과성 문제로 제외됐다. 아직 일본은 아비간 연구를 지속하는 모양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달 안에 아비간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하겠다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임상시험을 위해 희망하는 국가에게 아비간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의 선물’이라고 추켜세운 항말라리아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한때 기대를 모으기도 했지만, 심장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며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증상을 완화하거나, 환자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면서 치료제 후보에서 퇴출되는 분위기다.

정식 출시되지 않은 신약후보물질이 코로나19 치료제로 거론되기도 했다.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는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는 기전의 항바이러스제다. 렘데시비르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코로나19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계획을 승인받은 약물이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렘데시비르에서 코로나19 치료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중국 연구진의 임상시험 보고서 초안이 공개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길리어드는 낮은 참여로 임상시험이 조기 종료됐기 때문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동물용 구충제 성분인 ‘이버멕틴’이 시험관 내 실험(in-vitro)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를 보였다는 연구 결과에 과도한 관심이 쏟아지는 해프닝도 있었다. in-vitro 실험 결과는 해당 약물의 효과를 입증하는데 유의미하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때문에 대한약사회와 대한동물약국협회는 이버멕틴제제 동물 구충제를 기존 용도 외에 오·남용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

최근에는 혈장치료제에 관심이 높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가 회복된 경험이 있는 사람의 혈액 속에는 바이러스를 무력화할 수 있는 중화항체가 형성되는데, 이 항체를 복제, 가공하면 항체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것. 혈액에서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을 제외하고 항체가 들어있는 혈장만 분획해 고순도로 정제한 것이 바로 혈장치료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셀트리온은 완치 환자의 혈액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대항 능력이 높은 항체를 선별해 항체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는 항체 후보군 38개를 선정, 대량생산을 위한 세포주를 개발하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쥐 대상 효력시험과 원숭이 대상 독성시험을 병행해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고, 오는 7월 국내에서 사람 대상 대규모 임상을 시작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GC녹십자는 혈장치료제 ‘GC5131A’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회사가 질병관리본부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용역’ 국책과제의 우선순위 협상대상으로 선정돼 글로벌 혈액제제 기업들과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개발 연합체(CoVIg-10 Plasma Alliance)을 구성했기 때문에 기대감도 높다. GC5131A 개발은 국내·외에서 투트랙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국내 임상시험은 오는 7월 이뤄질 예정이다.

 

◇ 코로나19 백신 둘러싼 다국적 제약사 각축전

백신 개발은 해외 다국적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우선, 미국의 모더나 세러퓨틱스와 이노비오 파마슈티컬스가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지원을 받으며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CEPI는 지난 2017년 다보스 포럼에서 감염병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를 도모하고자 설립된 민간기구인데, 영국, 노르웨이, 독일을 비롯한 13개국 정부와 빌앤멜린다게이츠 재단, 웰컴 재단 등의 지원으로 기금을 조성해 감염병 백신·치료제 개발에 투자한다.

모더나는 지난 3월 미국 내 최초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의 1상 임상시험을 개시, ‘mRNA-1273’를 12명의 피험자에 투약했다. 지난 7일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mRNA-1273에 대한 2상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받았다. 14일 회사는 패스트트랙 심사대상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을 공시하며 백신 개발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FDA는 지난달 초 이노비오 파마슈티컬스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INO-4800’ 1상 임상시험계획을 승인했다. 40명의 피험자에게 INO-4800가 투약됐으며, 그 결과는 내달 말께 발표된다. 회사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INO-4800에 대한 후속 임상시험을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화이자도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화이자는 독일 제약사 바이오엔태크(BioNTech)와 함께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4개를 개발·연구 중이다. 이 가운데 ‘BNT162’는 지난달 22일 독일에서, 지난 5일 미국에서 각각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들어갔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한 기업은 없다. 셀트리온, CG녹십자, SK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제약사·바이오 기업들이 백신 개발에 도전 했지만, 뚜렷한 성과 발표는 나오지 않은 상황.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질병관리본부의 ‘합성항원 기반 코로나19 서브유닛 백신후보물질 개발사업’ 국책과제의 우선순위 협상대상으로 선정돼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 3월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발현에 성공해, 본격적인 동물 효력시험 단계에 돌입했다”며 “동물 시험에서 효력이 확인되면, 곧바로 비임상 시험에 돌입해 오는 9월 임상시험에 진입할 계획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castleowner@kukinews.com

한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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