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어떤 각도로 봐도 흠 잡을 곳이 별로 없다. 소수자들에 관한 메시지를 던지는 독립 영화로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로도 수준급 완성도다. 이름이 알려진 여성 래퍼의 연기 데뷔작으로, 실제 연인인 감독과 배우가 협업한 작품 정도로 알려지고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까울 정도다.
‘초미의 관심사’(감독 남연우)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안 맞는 모녀가 오랜만에 만나 실종된 막내딸 유리를 찾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두 사람은 유리가 홀로 지낸다는 고시원에서 시작해 학교와 아르바이트 가게, 연인의 집 등 탐정처럼 흔적을 쫓아간다. 하지만 그 어디에서도 유리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고, 오히려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한 마리의 토끼를 쫓는 것처럼 시작한 ‘초미의 관심사’는 시간이 갈수록 여러 마리의 토끼를 마구 잡아낸다. 사사건건 티격태격하는 모녀의 코믹 로드무비처럼 시작한 영화는 시끌벅적하게 다양한 장르를 마구 넘나들며 이태원 골목을 달린다. 때로는 코미디였다가 어느 순간엔 숨 막히는 익스트림 추격 장르가 펼쳐지고, 또 멋진 음악 영화로 모습을 바꾼다. 인물들의 사연을 그리는 드라마가 곳곳에 숨어있지만, 기본적으로는 모녀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영화다. 조금 거리를 두고 보면, 이 사회의 ‘다름’을 대표하는 인물들을 총집합시켜 ‘우린 다르지 않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모두를 포용하는 세련된 사회파 드라마로도 읽힌다. 장르와 이야기, 인물들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메시지는 쿨하고 명확하고 당연하게 좁혀진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도 좋지만, 그 과정을 메우는 디테일이 ‘초미의 관심사’의 진짜 매력이다. 이태원을 배경으로 다양한 장소에서 계속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지만 이야기를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는다. 오히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조합하며 관객들에게 신뢰를 준다. 특히 어디서 데려왔는지 궁금할 정도로 적재적소에 배치된 배우 캐스팅이 압권이다. 초반엔 조금 어색했던 치타의 연기는 점점 안정감을 찾고, 조민수는 결국 꼭 그여야만 했던 이유를 알려준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고 생기발랄한 인물들이 하나 둘 모여 가족이 된 듯 연대하는 장면은 막내를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순간처럼 보인다.
사회에 적응하기 조금 힘들어 보이는 야생적인 캐릭터와 삐뚤어지고 조용하게 독설을 내뱉는 차분한 캐릭터가 하나의 목적으로 만나 떠나는 이야기는 여러모로 영화 ‘멋진 하루’(감독 이윤기)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좋은 영화를 참고해 다른 결의 좋은 영화를 이렇게 만들어낸다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 가수 블루로 등장해 재즈를 노래하는 신인 배우 김은영은 우리가 알던 래퍼 치타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직접 쓴 곡과 직접 부른 노래는 생각보다 영화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제목에 숨겨진 비밀도 이 영화의 신뢰를 더하는 이유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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