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강정호 솜방망이 징계, KBO가 KBO했다.

[옐로카드] 강정호 솜방망이 징계, KBO가 KBO했다.

[옐로카드] 강정호 솜방망이 징계, KBO가 KBO했다.

기사승인 2020-05-26 13:47:50

[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KBO가 KBO 했다.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번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

강정호는 2016년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뛸 당시 서울 강남 근처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가 가드레일을 들이 받는 사고를 냈다. 이와 함께 과거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 소속이었던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실형에 처해진 그는 취업 비자발급에 어려움을 겪었다. 2019년에야 피츠버그로 복귀했지만 긴 공백기에서 비롯된 떨어진 실전 감각을 극복하지 못했다. 피츠버그와 재계약이 불발된 뒤 새 팀을 찾아 나섰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결국 KBO리그 유턴을 결심, 개인 자격으로 복귀 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번 상벌위의 관건은 규약의 소급 적용 여부였다. 

야구규약 151조 7항을 살펴보면 음주운전 3회 이상 발생시, 3년 이상 유기 실격처분을 받게 된다. 하지만 위 조항이 2018년, 그러니까 강정호의 음주운전이 발각된 2016년 이후에 만들어진 것이라 소급 적용을 시킬 수 있느냐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KBO는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지난 25일 오후 상벌위원회는 2016년에 저질렀던 음주운전은 KBO리그 소속이 아닌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소속이었으며, 야구규약 151조가 2018년 9월 11일에 개정이 됐기에 소급적용의 대상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강정호에게 선수 등록 시점부터 1년간 유기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제재를 부과했다.

정운찬 총재의 슬로건인 ‘클린베이스볼’이 다시 한 번 우스워지는 순간이다. 솜방망이 처벌로 팬들에게 지속적인 실망감을 안겼던 KBO는 이번에도 범죄자에게 지나친 관용을 베풀었다. 리그의 얼굴인 위원회로서 감당해야 할 책임은 회피하고, 도리어 키움에게 폭탄을 떠넘겼다. 키움은 임의탈퇴 해제 및 추가 징계 여부를 검토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강정호에 대한 처벌 의지가 없었다고 보는 게 맞다. 상벌위원장부터 상벌위원까지 3명의 법률가가 포함돼 있고, 소급적용을 할 수 없다는 법리적인 해석이 나왔지만 강정호에게 중징계를 내릴 수단은 있었다. 야구규약 부칙 제1조는 ‘총재는 리그의 무궁한 발전과 KBO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KBO 규약에 명시적으로 규정하지 않은 사항에 대하여도 제재를 내리는 등 적절한 강제조치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총재의 의지만 있었다면 강정호에게 중징계를 내리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정운찬 총재는 상벌위가 결정한 제재를 최종 승인했다. 결과적으로 중징계 철퇴는커녕 면죄부를 쥐어줬다.  강정호가 3년 자격정지 중징계를 받았다면 한국 나이로는 37세, 사실상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된다. 하지만 1년 정도면 강정호로선 최고의 결과다. 

KBO가 KBO 다운 행보를 보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실망감은 감출 수 없다. 프로야구의 이익을 최우선시 해야 할 조직이, 책임을 회피하는 소극적 태도로 리그 이미지를 훼손시켰다. 정 총재 부임 후 거꾸로만 가는 KBO다.

여론도 들끓고 있다. 상벌위를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봤던 팬들은 ‘역시나’라는 반응과 함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일부 팬은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프로야구는 어린이들이 매우 많이 보는 종목임에도 불구하고 3번의 살인에 비견되는 음주운전이라는 큰 범죄를 3번이나 저지른 잠재적 살인마를 리그에 복귀시키고 선수로서 뛸 수 있게 하려고 하고 있다”며 강정호의 퇴출을 요구했다.

mdc0504@kukinews.com

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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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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