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취지는 어디로…“이케아 배불리고 가구점만 내몰리죠”

재난지원금 취지는 어디로…“이케아 배불리고 가구점만 내몰리죠”

[르포] 재난지원금 취지는 어디로…“이케아 배불리고 가구점만 내몰리죠”

기사승인 2020-05-28 05:00:00

[쿠키뉴스] 신민경 기자 =“전기세라도 아껴야죠. 그래도 오랜만에 손님 오셨으니 불 좀 켤까요?”

지난 25일 방문한 경기도의 광명가구단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상공인 매출이 올랐다던 소식과는 달리 이곳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광명가구단지에서 가구점을 운영 중인 한 상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손님도 뚝 떨어졌다”며 유지비용이라도 줄이기 위해 매장 전등 일부를 꺼놓고 지낸다고 털어놨다.

재난지원금으로 소상공인이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다지만 광명가구단지에서는 다른 세상 이야기였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에도 업계가 어려운 상황은 비슷하기 때문이다. 가구단지에서 가구점을 운영 중인 60대 이모씨는 “재난지원금으로 다른 업계 가두점들은 매출이 늘었다지만 가구업계가 실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나 지금이나 어려운 것은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왜 유독 가구업계에서만 재난지원금 파급효과가 적을까. 업계는 원인으로 가구 공룡 ‘이케아’를 지목했다. 이씨는 “재난지원금 사용 대상에서 대형마트는 제외됐지만 법의 사각에서 이케아는 대형마트가 아닌 가구점으로 등록돼 혜택을 누리게 됐다”며 “대기업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소규모 가구업체가 혜택을 보기 어렵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재난지원금의 본래 취지는 중소 상인의 자활이 아닌가”라고 반문하면서 “외국계 기업인 이케아가 혜택을 보고 있다는 것이 개탄스럽다. 해갈은 안 되지만 중소 가구 상인도 재난지원금 혜택을 제대로 볼 수 있도록 관련 법 수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광명가구단지는 ‘울며 겨자 먹기’식 할인으로 재고 소진에 나섰다. 이날 가구단지에서는 ‘ 반값세일’ ‘50% 할인’ ‘원가 이하 할인’ 등의 광고 문구를 심심찮게 목격할 수 있었다. 가구 브랜드 ‘규수방’ 대리점을 운영 중인 이승규씨(50)는 “건너편 매장에서는 90% 할인까지 내걸었다”며 “처음부터 대폭 가격을 세일한 것은 아니었다. 재고만 쌓이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까지 왔다”고 토로했다.

중소 가구 상인들은 위기에 몰리는 상황이었다. 이날 가구 단지에서 만난 이상봉 경기광명가구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국 상해의 경우 이케아가 들어선 뒤 자국 가구산업을 지키기 위해 맞은편 새 가구단지를 형성, 중국 가구업계를 입점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는 이러한 상생을 위한 움직임은 볼 수 있다”며 “대기업 가구 기업으로 자국 가구산업만 내모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가구산업 몰락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이 이사장은 “국내 가구산업을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3대째 가구업을 하고 있지만 상황이 어렵다 보니 청년들의 유입이 저조한 상황”이라면서 “광명가구단지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사람만 봐도 50대가 가장 젊은 나이대에 속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이사장은 “다음을 지킬 세대가 없다면 국내 가구산업은 어떻게 되겠느냐”며 “국내 가구 산업을 지킬 수 있는 자구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smk5031@kukinews.com

신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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