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예·적금 금리인하 '미적'…"금리 너무 낮아 고객이탈 걱정"

시중은행 예·적금 금리인하 '미적'…"금리 너무 낮아 고객이탈 걱정"

기사승인 2020-06-10 05:00:00

[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 국내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에도 예·적금 금리를 낮추는 문제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현재 1%도 안돼는 예·적금 금리를 더 낮출 경우 고객들의 이탈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수신상품 금리를 조정한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국민은행은 지난 2일 주력 예금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의 기본금리를 0.3%p 인하했다. 이어 8일까지 52개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순차적으로 내렸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폭 및 시장금리를 반영해 수신상품 금리 조정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의 예·적금 금리 인하 이후 나머지 은행들의 금리 인하도 도미노처럼 실행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후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지방은행인 부산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등이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보름이 되감에도 나머지 대형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인하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금리 인하가 불가피하지만 너무 낮은 금리에 고객들의 이탈을 우려하며 결단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 관계자는 “현재 0.95%인 예금금리에서 금리를 더 낮출 경우 예금에 대한 매력이 사라진다”며 “지금도 낮은 금리인데 여기서 더 금리가 떨어지면 고객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할 수 있어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5월말 기준 정기 예·적금 잔액은 682조2184억원으로 지난 4월말 687조6567억원 대비 5조4724억원(0.8%) 감소했다. 지난 3월말과 대비하면 8조2002억원이 빠져나간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대출 규모를 급격히 확대하고 있는 시중은행들 입장에서 예·적금 이탈은 큰 타격으로 돌아온다. 예대율 규제에 따라 예·적금이 줄어들 경우 대출 규모도 조절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 3%대 ‘네이버 통장’, 핀크의 2% ‘SKT통장’ 등 은행들의 예·적금 이탈 자금을 노리고 출시되는 테크핀 업계의 공격도 매섭다. 

시중은행들은 예·적금 등 수신상품의 금리 매력이 떨어지면서 향후 ‘특화 상품’을 중심으로 예·적금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표적인 특화 수신상품으로는 신한은행의 ‘프로야구 정기예금’을 꼽을 수 있다. 신한은행의 프로야구 정기예금은 야구팬을 타겟으로 설계된 상품으로 저금리에도 출시때마다 상품이 완판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은행 관계자는 “앞으로는 특정 고객층에 특화된 수신상품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들을 대상으로 금리는 물론 부가 서비스를 통해 충성도를 높여나가는 모습이 시장에서 그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Chokw@kukinews.com

조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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