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계원 기자 =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피해와 관련해 판매사인 은행들의 선지급 방안을 받아들이는 피해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다만 피해자들은 선지급을 받아들이면서도 ‘달갑지 않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특히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결과에 불응할 시 선지급된 금액을 바로 반환해야 한다는 점과 선지급이 라임펀드 판매사들에게 일종의 ‘면죄부’가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23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등 은행권 라임펀드 판매사들은 지난 5일 공동으로 피해자에게 펀드 가입금액의 절반 가량을 선지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는 가입금액의 절반 가량을 선지급하고 향후 펀드 자산회수와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 결정에 따른 보상비율로 사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이후 지난 19일까지 1~8호 라임CI펀드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선지급 방안에 대한 신청을 받았다. 현재 신청 접수 기간을 연장한 상태며, 24일 전후까지 신청을 계속해서 받겠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선보상 방안에 대한 정확한 고객 수용률은 아직 접수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공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전에 센터에서 고객과 접촉한 결과 85% 이상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했다.
신한은행이 제시한 85%라는 수치는 피해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봤을 때 허무맹랑한 수치는 아니다.
신한은행 라임CI펀드 피해고객연대 관계자는 “내부 자문결과 여러 판매사 가운데 증권 등에 비해 지급 조건이 까자롭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당장 선지급을 받는다고 민사 또는 형사 고소를 취하하거나 금감원 민원을 취소해야 한다는 조건이 없어 많은 사람들이 신청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지난 11일부터 선지급 신청을 받아 대략 한 주만에 약 60%의 고객의 동의를 받았다. 이 가운데 70%는 이미 선지급금 수령을 마쳤다.
다만 피해 고객들은 선지급에 동의하면서도 선지급이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우선 분쟁조정 결과를 쉽게 예단할 수 없는 상태에서 보상비율이 기대에 못 미쳐 소송을 강행할 경우 은행에서 받은 선지급금을 일시에 반환해야 한다는 점이 부담이라는 반응이다.
이와 관련해 은행들은 선지급금 반환에 대비해 선지급금 지급과 동시에 피해 고객의 계좌에 ‘근질권’ 설정을 해놓고 있다. 이는 선지급금 지급과 동시에 라임 계좌를 담보로 잡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 피해 고객들은 선지급이 라임 사태 발생에 일조한 은행들에게 면죄부로 작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편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신한은행 라임CI펀드 피해고객연대 관계자는 “라임 분쟁조정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다시 반환해야 할수 도 있는 선지급금에 대해 다들 ‘대출’로 생각하고 있다”며 “선지급금을 받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어 받기는 하지만 은행이 이를 고객보호 차원으로 홍보하는 점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피해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이 판매한 라임펀드는 총 8440억원이다. 우리은행이 3577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이 2769억원 어치를 판매해 두 은행에서 절반 이상의 라임펀드가 판매됐다. 이밖에 하나은행(871억원), 부산은행(527억원), 기업은행(294억원), 경남은행(276억원), 농협은행(89억원), 산업은행(37억원) 등에서 나머지 라임펀드를 판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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