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한성주 기자 =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을 차단하는 법안을 두고 의사와 약사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원내 약국 개설을 금지하기 위한 약사법 일부개정안을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의료기관의 의료인이나, 의료기관의 특수관계자가 소유한 시설에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또 의료기관과 약국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약국 개설을 불허한다는 조항도 포함됐다.
병원과 약국의 담합은 고질적 병폐로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병원과 한 건물에 자리 잡은 약국이 해당 병원에서 발행하는 처방전을 독점하는 사례를 의미한다. 이 같은 행위는 환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의사와 약사가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토록 한다는 의약분업의 취지도 훼손하기 때문에 규제 대상이다. 병원과 약국의 담합을 막기 위한 법안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환자들의 선택권을 보호하고, 의약분업을 준수해야 한다는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 의료인은 없다. 다만, 병·의원과 약국의 물리적 위치를 제한하는 것이 환자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편법 약국을 규제하면서 발생하는 재산권 침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한다.
이런 이유로 병·의원과 약국가는 개정안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표출하고 있다. 우선, 병·의원 측은 개정안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 겸 의무이사는 의료기관과 약국이 인접한 환경의 순기능을 인식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개정안은 의료기관과 약국의 관계를 불법적 단합 관계로만 인식하고 있다”며 “약국이 의료기관과 같은 건물에 개설되는 가장 큰 이유는 아픈 환자의 편의를 우선시하기 위함임을 고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는 규제의 형평성이 갖춰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개정안은 국민의 사유재산에 대한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내용”이라며 “(개정안은) 의료기관과 인접해 있고, 소유자가 의료기관 개설자나 그의 특수관계자인 시설 및 구내에 약국 개설을 금지한다면 그 반대로 약국의 개설자나 그의 특수관계자가 소유한 시설에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도 형평성 차원에서 금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약국 측은 개정안이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광민 대한약사회 홍보이사는 “의약분업은 편의성이 아닌, 국민에게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 것”이라며 “병원과 약국의 엄격한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약사는 환자중심 복약지도에 집중하기 어려워진다”고 강조했다. 이어 “약국이 특정 병원의 세입자거나, 특정 병원에서 발행하는 처방전에 수입을 의존한다면 과잉진료나 처방오류가 발생해도 과감히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이사는 재산권 침해 문제는 후순위라고 덧붙였다. 그는 “의료기관과 약국의 담합은 단순히 몇몇 집단의 일탈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며 “환자의 건강을 위협하고, 건강보험 재정의 합리적 지출도 저해하는 연쇄적 악영향이 발생하기 때문에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편법 약국 개설을 막는 법적 장치가 사유재산권을 제한하는 상황은 분명한 부작용”이라며 “이에 대한 보완조치도 향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병원과 약국의 담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 왔다. 복지부는 약국개설등록 업무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약국개설등록업무 협의체를 1년째 운영 중이다. 지난 3월에는 약국 개설등록 업무지침을 발간하고, 약국 개설 가능·불가능 판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약정협의체 2차 회의에서 복지부는 대한약사회와 담합 근절 대책을 의논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담합신고센터를 설치·운영 ▲자진 신고자에 대한 행정처분 감면 ▲담합근절 홍보 강화 ▲관련 법령 개정 등의 방안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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