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이제는 키움이 움직일 차례다.
강정호는 23일 서울 상암 스탠포드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변화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며 “KBO에서 뛸 수 있게 해주신다면 첫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에게 기부하고 음주운전 캠페인에 꾸준히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2016년 음주 운전 삼진 아웃 제도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실형을 선고 받은 강정호는 지난해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방출 당했다. 그는 결국 KBO로 시선을 돌렸다. 정식으로 복귀 의사를 타진했고 KBO 상벌위로부터 경징계를 받았다. 원 소속 구단인 키움만 긍정적으로 검토를 끝내면 강정호는 다시 KBO에서 뛸 수 있다.
강정호의 공개 사과는 키움 구단이 그의 복귀 전제 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강정호는 그간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에이전시를 통해서만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김치현 키움 단장은 “강정호의 기자 회견 이후 다방면으로 논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약속대로 강정호가 기자회견을 마쳤으니 이제는 키움의 선택만 남았다.
쉬운 선택은 아니다. 키움이 강정호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면 구단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최악의 경우 메인 스폰서인 키움 증권이 일련의 사태에 부담을 느끼고 권리 행사를 포기할 수도 있다. 히어로즈는 이미 첫 네이밍 스폰서인 ‘우리 담배’가 여론의 비난 때문에 권리 행사를 포기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이 있다.
강정호를 풀어주는 방법도 있다. 임의탈퇴 말소 조치를 통해 강정호를 포기하고 관계를 정리하는 한편, 타 구단에게 공을 넘기는 것이다. 현재 키움을 제외한 9개 구단은 강정호의 영입에 관심이 없다고 못을 박은 상태다. 하지만 시장에 나온 강정호와 접촉하는 구단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는 게 문제다. 강정호를 보상 없이 타 구단에게 넘겨주는 건 키움으로선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다.
한편 김 단장은 강정호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뒤 “시간을 오래 끌 일은 아니라고 본다”면서 “가능하면 이번 주 안에 구단 방침을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