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하십니까] 인국공 사태 비판에 '최저시급 솔선해라' 부메랑 청원

[동의하십니까] 인국공 사태 비판에 '최저시급 솔선해라' 부메랑 청원

기사승인 2020-06-29 17:49:28

[쿠키뉴스] 민수미 기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여객보안검색 직원 1900여명을 직접 고용하기로 하면서 시작된 '인국공 사태' 논란이 정치 사회 곳곳에서 불붙고 있습니다. 공항공사의 결정에 반대하며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멈춰달라’고 호소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게재된 뒤 하루 만에 정부 답변 기준인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는데요. 이로 인해 정치권에서 각종 소신 발언이 쏟아지면서 인국공 사태에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습니다. 

가장 큰 논쟁을 일으킨 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글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최근 불공정 논란에 휩싸인 인국공 사태에 대해 “공정하지 않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며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보안검색 요원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청원경찰 분들은 교육을 받고 몇 년 동안 공항 보안이라는 전문 분야에 종사했던 분들이지 알바가 아니다”라며 “취준생 일자리를 빼앗는다는데 이것도 거짓이다. 정년까지 보안검색 업무만 하기 때문에 사무직 위주인 정규직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라고 적었습니다. “본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갈라진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라며 말이죠. 

김 의원의 ‘고임금 불공정’ 발언에 돌아온 건 ‘국회의원 최저시급’ 국민청원이었습니다. ‘국회위원님들의 월급을 최저시급으로 맞춰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것인데요. 청원자는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는 명언을 듣는 순간 자기 발전에 시간을 쏟은 내 행동이 얼마나 불공정스러운 결과를 위한 것이었는지 반성하게 됐다”며 “김 의원도 동참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청원인은 “고액 연봉을 가져가는 건 불공정하다. 공정한 세상을 위해 국회의원 임금도 최저시급으로 지급하라.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공항공사에 직접 고용될 보안검색 직원 1900여명은 정말 청년들의 ‘일자리 사다리’를 박탈한 것일까요. ‘본질이 호도 됐다’는 정부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본질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고, 그 목적은 양극화를 해소하는 데 있다”며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고 사회적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된 일인데, 일각에서 불공정의 문제를 제기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인국공과 다른 기업과의 불공정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인국공 만의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정부에서만 19만명의 비정규직이 정규직으로 전환됐으며 민간부문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 역시 인국공 사태가 불공정에서 기인한 일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이종선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공항공사는 노동자 대표단 및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노사전문가협의회를 통해 그동안 충분한 논의와 협의를 거쳐왔다. 합의된 내용을 이행하는 것일 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누군가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처럼 비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교수는 “전후 맥락을 이해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로또취업 등의 타이틀을 달아 비정규직을 비하하는 것은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가 빚어 놓은 비정규직의 불평등 문제를 가속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이 분노하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하겠죠. 공사의 직고용 방침으로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 과정의 불공정 등 취업준비생들의 목소리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러분은 청원에 동의하십니까.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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