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인세현 기자=“김응수 선배가 보내주신 꽃 사진 보실래요?” 3일 오후 서울 논현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우 박기웅은 취재진에게 여러 장의 꽃 사진을 보여줬다.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꼰대인턴’ 출연진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배우 김응수가 아침마다 올려준 꽃 사진이다. 그는 “이제는 알람처럼 느껴지는 김응수 선배의 꽃 사진이 오지 않으면 섭섭할 것 같다”며 웃었다.
박기웅은 ‘꼰대인턴’에서 준수식품의 철없는 사장 남궁준수 역을 맡아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다. 남궁준수는 사장이지만 아버지의 허락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못 하고, 주인공과 대립할 때도 어딘가 허술해 분노 아닌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귀여운 ‘빌런’(악당)이었다.
예상하기 어려운 행동을 일삼는 남궁준수처럼 ‘꼰대인턴’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하는 드라마였다. 박기웅은 ‘꼰대인턴’의 결말에 관해 “마지막 대본을 받기 전까지 생각하지 못 한 내용으로 끝이 나서 좋았다”면서 “우리 드라마답게 마무리된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꼰대인턴’은 뻔하지 않게 이야기를 트는 맛이 있는 작품이었어요.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꺾이는 재미가 있었죠. 작품 출연을 결정할 때 가장 우선순위에 두는 것이 대본의 재미에요. ‘꼰대인턴’도 대본이 정말 재미있어서 출연을 결심했죠. 함께 하는 연기자들이 모두 좋은 분들이라는 점도 크게 작용했고요. 박해진 씨, 김응수 선배, 손종학 선배 등과 앞선 작품에서 호흡을 맞춰 봤는데 참 좋은 분들이었고,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는 현장이라면 당연히 좋은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그랬어요.”
앞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꼰대인턴’ 배우들은 유독 촬영 현장을 따뜻하고 유쾌하게 기억했다. 박기웅도 마찬가지다. 만약 ‘꼰대인턴’ 시즌2가 나온다면 무조건 출연하고 싶을 정도로 출연진과 제작진의 합이 잘 맞고 분위기가 좋은 현장이었다. 박기웅이 꼽은 끈끈한 팀워크의 비결은 대화와 소통이다.
“어제도 ‘꼰대인턴’ 단체 채팅방이 불이 났어요. 서로 ‘보고 싶다’는 이야기부터 쓸데없고 사소한 이야기들까지 메시지로 오고 갔죠. 이번엔 배우들과 ‘역대급’으로 대화를 많이 나누며 작업했어요. 예전보다 제작환경이 좋아진 덕분에, 배우나 제작진에게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소통을 자주 나누고 촬영에 임하다 보니 작품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더라고요. 순기능이죠.”
박기웅이 좋은 현장, 단단한 팀워크의 힘을 믿게 된 것은 KBS2 드라마 ‘남자이야기’ 때부터다. 박기웅은 이 드라마에서 자폐증이 있는 천재 안경태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서 표현하기 쉽지 않은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 왔다. 이에 관해 박기웅은 “일종의 편견을 깨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연기를 쉬면서 저를 돌아봤어요. 제가 나온 작품을 다시 보기도 하고요. 그러면서 제가 또래 배우들에 비해 독특한 역할을 많이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일종의 자격지심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기 전공자가 아니라서 연기를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해요. ‘이런 것도 할 수 있다’고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지금은 그런 마음이 전혀 없어요. 다만 개성 강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재미를 알게 된 거죠.”
2005년 데뷔한 이후 연기자로 15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다채로운 역할을 만나며 천천히 변화하고 성장한 박기웅의 다음 페이지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그는 “오래오래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때만 해도 고민이 많았는데, 생각해보면 그냥 여기까지 흘러온 것 같아요. 지금은 배우로서 원대한 꿈을 갖기보다 자연스럽게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커요. 제가 맡은 역할을 잘해 내며, 믿음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축구를 볼 때 어떤 선수가 공을 잡으면 믿음이 가듯이, 제가 연기할 때 시청자나 관객이 그런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inout@kukinews.com /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