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우리나라가 제일 안전해!”
한국의 방역능력이 전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발 빠른 조치와 대응으로 마스크 수급도 안정화되면서 공적마스크 제도는 오는 11일 종료된다. 지금도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이 지속되고 있지만 ‘K-방역’ 효과 때문인지 안전할 것이라는 안도 섞인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대규모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외국의 선진 국가들과 비교하며 감염병 유행 상황에서의 시민의식의 중요성을 외치고 있다.
그런데 지나친 믿음 때문인지 아이러니하게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두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는 이들은 줄고 있다. 최근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팀이 전국의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6차 국민인식조사’를 진행한 결과, 지난 일주일 동안 대중교통 자제를 (자주+항상) 실천했다는 답변은 3차 72.8%에서 4차 75.9%→5차 89.7%로 상승했다가 6차 61.4%로 하락했다. 외출 (자주+항상) 자제는 3차 77%→4차 83.3%→5차 97.4%로 상승했다가 이번 6차에서 65.6%로 급락했다. 특히 음식점과 카페를 포함한 다중시설에서 권고행위 준수율이 가장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음식점, 카페와 같은 다중시설 44.3%>주점·클럽·노래방 등 유흥시설 16.9%>여객·지하철·버스 등 대중교통시설 14.7%>종교, 취미여가 등 소규모 집회·모임 12.6% 순이었다. 음식점과 카페는 나와 상대 모두 마스크 쓰지 않고 대화나 사람을 접촉한 가장 빈번한 장소 중에서도 1순위(49%)로 꼽혔다. 직장에서 마스크 없이 대화한다는 20.8%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어제 하루 기준 가족 제외, 마스크 미착용 상태로 접촉한 사람 수를 적어달라는 질문에는 평균 3.73명으로 나타났다. 즉 어제 하루 평균 4명을 마스크 없이 만나고 대화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범주를 나눠 분율을 보면, 0명이 37.1%>3~5명 23.8%>1~2명 (22.2%)였다. 6명 이상이란 답변은 전체의 16.9%였다.
그뿐만이 아니다. 코로나19 상황을 가볍게 보는 미국의 젊은 층을 비난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지만 현실은 국내에서도 20대 환자가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8일 0시 기준 발생한 신규 확진자 63명 중 22명은 20~30대였다. 연령별 비율로 따지면 각각 17.46%로 40대(23.81%) 다음으로 많고 지난 1월 이후 누적 수치로도 20대가 3434명(25.93%)으로 가장 많다. 이태원 클럽 등 유흥시설과 소규모 모임 관련 감염이 원인이 됐다.
확진자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누구도 안전할 수 없는 감염병이고 세계적 대유행 중임에도 사회적 낙인 문제는 심화되고 있다. 유명순 교수팀의 조사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41.2%는 확진자가 감염을 스스로 막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으며, 감염 책임이 환자 개인에게 있다는 답변은 35.5%, 감염은 그 환자의 잘못이라는 응답은 26.5%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 5월 초 이태원 클럽 관련 감염 사태 이후 ‘왜 거길 갔느냐’, ‘왜 그랬느냐’, ‘너의 잘못으로 우리가 피해를 본다’는 식의 반응이 당연하다는 듯 동조하는 이들도 쉽게 볼 수 있었으며, 성소수자를 차별‧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적어도 ‘K-방역’이라는 이름으로 방역능력의 우수성을 외치는 국가라면 감염병의 특성 그대로를 보는 시각이 갖춰졌어야 한다고 본다. 나도 너도 부모도 자식도 모르는 새 걸릴 수 있는 것이 감염병이고, 특히 코로나19는 자고 먹고 대화하는 아주 기본적인 일상생활 중애사도 전파가 가능한 호흡기 감염병이다. 본질을 안다면 거리두기 등의 방역수칙이 자연스럽게 지켜지는 것은 물론 확진자를 차별의 시선으로 보는 2차 피해도 줄어들 것이다.
우리는 동양인이고 코로나19 발원지라는 이유로 인종차별과 폭행을 하는 외국인들을 비난하면서도 내 주변에서 감염됐다는 이유로 우리 이웃에게 돌멩이를 던지고 있다. 미국보다 확진자수가 적다고 해서 우리가 정말 잘 대응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남과 비교하기 전에 방역 선진국가로서 코로나19 질병 자체의 특성을 꿰뚫고 있는지부터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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