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2022년부터 10년간 의과대학 정원 4000명을 추가 양성하는 정부 계획이 알려지자 의료현장에서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찬성과 반대가 극명히 나뉘면서 갈등이 격화될 조짐이다.
9일 안덕선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소장은 “물량공세에 의존하는 후진성 정책”이라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의사수를 늘리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단체는 의대 정원 확대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안 소장은 “의료 취약지 문제는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지역의료현장을) 의사들이 원해서 가는 직장으로 바꾸기 전에는 해결이 요원하다. 의사가 많다는 나라들도 취약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늘어난 인원은 대도시로 집중되고 도시와 지역 간 편중만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공의대 신설안에 대해서도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공중보건의 제도를 통해 3년 동안 취약지 근무를 하고 있지만 공중보건의들이 지역에 남지 않는다”며 “양으로 해결할 수 없는 질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의사 부족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온 문제다. 국내 의료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고, 의사 인력이 수도권에 집중되어있어 지역별 수급 불균형 문제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 교실 교수가 연구한 '의사 인구 적정성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1500명까지 충원해도 2067년까지는 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결과가 도출되기도 했다.
현재 한해 의대 정원은 3058명. 국내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반대 의사 파업 이후 15년간 동결된 상태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임상의사수는 인구 1000명당 2.3명으로, OECD 평균 3.4명의 절반 수준이다. 반면 연간 진찰건수는 OECD 국가 중 최상위다.
정영호 대한병원협회장은 “지금 대학병원에는 교수가 당직을 선다. 지방뿐만 아니라 웬만한 민간병원에 의사를 구하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전공의특별법 등으로 최근 2~3년간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심지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도 호스피탈리스트를 못 구할 정도”라며 “이대로 두면 환자안전문제, 의사안전문제가 심각해진다”며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피력했다.
당초 대한병원협회는 연간 1000명가량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정 회장은 “10년간 4000명이라는 숫자는 전체 의사 인력 12만명 중에 아주 일부다. 그 기간 동안 노쇠로 은퇴하는 의사 수, 그리고 지난 20년간 의사 인원이 경직됐던 점을 고려하면 결코 많은 수가 아니다. 교육과 배치의 문제 등을 고려해 앞으로 지속적으로 증원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병원계 내부에서도 의대 증원에 대한 입장은 갈리고 있다. 박진규 대한지역병원협의회장은 “지방에서 의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의대 정원 확대로 당장 부족한 의사 인력문제는 해결할 순 없다”며 “의대 정원을 확대해도 앞으로 15~20년 기다려야 하고, 20년 뒤는 의료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의대 정원 확대보다는 의료일원화를 통해 지금 있는 한의대생을 활용하는 방법이 나을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공개된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자료에는 지역 중증·필수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총 4000명의 의사 인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지역의사 3000명과 역학조사관·중증외상·소아외과 등 특수 분야 의사 500명, 기초과학 및 제약·바이오 등 응용 분야 연구인력 500명 등이다.
지역의사는 ‘지역의사제 특별 전형’ 방식으로 의대에서 뽑는 방식이다. 자료에는 의대정원 확대와 별개로 ‘공공의대’ 설립 추진 방안도 담겼다. 폐교된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과 장기 군의관 위탁생 20명을 추가해 70명 규모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청와대와 정부, 여당의 협의를 거쳐 7월 중순 쯤 의사 인력 확대 방안 합의문 초안이 발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보건복지부는 “의료계, 교육계 등 다양한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국회 등과 논의하여 결정될 사안”이라며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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