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전미옥 기자 =사업장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라 발생하며 노동현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현주(사진)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쿠팡 등 고위험 사업장에서 나타난 집단 감염 문제는 코로나19 초기부터 충분히 예상됐던 일”이라며 “밀집사업장, 요양원, 배달노동자 등 고위험 사업장에 지침과 감독, 점검을 내려야 하는 고용노동부는 무엇을 했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산업현장에 대한 대응책이 미비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재 심각한 것은 소독하는 노동자들이다. 이미 청소 작업을 하다 쓰러진 분이 나왔을 정도다. 일례로 버스회사의 노동자의 경우 하루에만 버스 100대를 소독하다고 한다. 위험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걱정되는 대목”이라며 “우리 사회에 갑자기 생겨난 위생 관련 업무들을 어떻게 관리·감독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로 발생하는 비감염성 산업보건문제에 대한 세부지침이 필요하고, 고용노동부 등 전문성 있는 부처가 역할을 해야 한다”며 “최소한 과로 노동자, 소독업무로 화학약품을 다루는 노동자 등 코로나19로 노동 강도가 증가했거나 안전을 위협받는 노동자들의 상황을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어난 소독 작업으로 환경 독성물질에 무방비 노출된 노동자도 속출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감염병 유행상황에서도 그렇듯 열악한 사업장일수록 노동자들의 건강도 취약하다. 김 교수는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대체로 노동자들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 출장검진에서 직접 만나보면 기본적인 혈압이나 혈당 수치가 깜짝 놀랄 만큼 심각한 사례가 왕왕 나오고, 건강진단 자체를 처음 해본다는 분들도 많다”며 “일반 사업장 검진 결과와는 차이가 크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위험의 외주화’라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김 교수는 “아직도 곳곳에 사각지대가 많다. 더 열악한 일은 더 열악한 더 열악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 가는 구조다. 관리의 책임 공백까지 생겨서 더욱 위험한 것”이라며 “해결이 쉽지 않지만 사회적인 관심이 필요한 문제다”라고 했다.
소규모 사업장들은 법이 정한 검진조차 놓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수는 “사업주 1명에 직원이 3명인 어느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검진을 진행하니 전 직원이 건강상 문제가 확인된 적이 있다. 사장님은 소음성 난청이 있었고, 나머지 직원들도 폐결핵, 간기능 저하, 알코올 중독 등이 나타나 치료를 연계했었다”며 “이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직업환경의학과 의료진의 역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연구활동 종사자, 경찰 및 소방공무원, 병원 종사자, 건설 노동자 등 유해 작업 종사자들이 일하는 현장에 직접 찾아가 출장검진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 그는 “산업 노동자들은 몸이라는 자본을 지키지 못하면 경쟁에서 탈락하는 구조임에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이 안타깝다”며 “출장검진은 물리적인 요소로 검진이 어려운 사업장이 많은 만큼 출장검진을 활성화해 접근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아파트형 공장, 지식산업센터 등 밀집사업장에서 신청이 온다면 언제든 달려가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일터에서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동자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다. 김 교수는 “자신이 소진될 때까지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나는 일하는 기계가 아니다. 과로하면 몸에 무리가 가기 마련이다. 반드시 일정시간은 휴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픈 데도 쉬지 않고 두통약이나 감기약을 먹고 버티는 경우도 많다. 이것이 정상이 아님을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힘들면 힘들다고 이야기하고 적극적으로 휴식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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